스노우플레이크, 3600억 원에 크런치데이터 인수…PostgreSQL AI 전면 배치

| 김민준 기자

오픈소스 데이터베이스인 PostgreSQL이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최근 스노우플레이크(SNOW)가 기업용 PostgreSQL 솔루션을 제공하는 크런치데이터(Crunchy Data)를 약 3600억 원($250 million)에 인수하면서, 해당 데이터베이스의 전략적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단순한 SQL 서버를 넘어 AI 애플리케이션의 핵심 데이터베이스로 진화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인수는 경쟁사 데이터브릭스가 지난달 서버리스 PostgreSQL 스타트업인 네온(Neon)을 인수한 데 이어 나온 결정으로, 양사의 연이은 공격적 행보는 PostgreSQL이 현대 데이터 및 AI 인프라에 왜 필수적인지를 보여준다. 크런치데이터는 2012년에 설립된 이후 PostgreSQL의 확장성과 보안성을 보강해 기업용으로 최적화해왔다. 최근에는 쿠버네티스 환경을 지원하는 버전과 데이터레이크하우스를 위한 데이터 웨어하우스를 선보이며 제품 라인업을 강화했다.

스노우플레이크는 이번 인수를 통해 '스노우플레이크 포스트그레스(Snowflake Postgres)'라는 새로운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이를 통해 개발자들은 안정적인 PostgreSQL 환경 위에서 더욱 손쉽게 AI 기반 애플리케이션과 에이전트를 구축하고 확장할 수 있게 된다. 크런치데이터 공동 창립자 폴 로렌스(Paul Laurence)는 블로그를 통해 “우리가 운영 데이터베이스 영역에서 확인한 기술적 트렌드가 스노우플레이크의 전략과 자연스럽게 맞아떨어졌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 합병이 단순한 기능 보완을 넘는 의미를 갖는다고 분석했다. 데이터 애널리스트 산지브 모한(Sanjeev Mohan)은 “크런치데이터는 단순한 스타트업이 아니라 검증된 엔터프라이즈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으며 개발자 친화적인 커뮤니티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그는 PostgreSQL이 전통적인 트랜잭션 외에도 분석 워크로드까지 아우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구글의 알로이DB, 크런치데이터의 OLAP 기능 강화 등으로 입증된 바 있다.

이처럼 PostgreSQL 생태계는 점차 전통적인 관계형 데이터베이스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다차원 쿼리, 타임시리즈, JSON, 벡터 검색, 그리고 지리 정보 분석까지 지원하며 한층 더 유연하고 확장된 데이터 활용이 가능해졌다. 이러한 기능은 최근 떠오르고 있는 *에이전틱 AI(Agentic AI)*의 기반 기술로도 손색이 없다.

BARC의 기술 리서치 부사장 케빈 페트리(Kevin Petrie)는 “크런치데이터가 제공하는 데이터 웨어하우징 솔루션은 오픈 데이터 포맷인 아파치 아이스버그(Apache Iceberg)와의 호환성 측면에서도 스노우플레이크의 전략과 잘 부합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인수를 통해 위치 정보 분석, 광고 성과 측정, 텔레메트리 분석 등 여러 기업용 AI 응용 분야가 촉진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 측면에서 보면 크런치데이터는 최근 1~2년간 성장 정체를 겪고 있었고, 이러한 상황에서 스노우플레이크와의 전략적 결합은 출구 전략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페트리는 평가했다. 그는 데이터 도구와 플랫폼 업계에서의 인수합병 흐름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이 모든 흐름은 하나의 사실을 명확히 한다. PostgreSQL은 더 이상 단순한 오픈소스 데이터베이스가 아니다. AI와 데이터 중심 전략을 펼치는 엔터프라이즈에게 있어, 반드시 고려해야 할 핵심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구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해 EDB, Aiven, NetApp Instaclustr 등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PostgreSQL을 기반으로 솔루션을 개발 중이며, 스노우플레이크와 데이터브릭스 둘 다 수백억 원 규모의 베팅을 감행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업 입장에서 PostgreSQL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전략 자산이다. 개발의 민첩성, 오픈 기술과의 호환성, AI 최적화까지 가능하게 만드는 이 오픈소스 플랫폼이, 향후 AI 애플리케이션 경쟁의 핵심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