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수직이착륙 비행기(eVTOL)를 개발 중인 아처 에비에이션(Archer Aviation)이 상장 이후 최대 규모인 8억 5,000만 달러(약 1조 2,240억 원) 규모의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된 이 회사는 이번 투자 유치를 통해 총 현금 유동성을 약 20억 달러(약 2조 8,800억 원)로 늘렸다.
아처는 이번 투자금 유치를 직접 공모 형식으로 진행해, 주당 10달러에 신주 8,500만 주를 발행했다. 그러나 공모와 동시에 주가가 14% 가까이 하락하며 공모가와 같은 10달러에 장을 마감해 시장의 엇갈린 평가를 받았다. 이번 조달은 지난해 말 4억 3,000만 달러와 올해 초 3억 달러를 이어 세 번째로, 불과 1년 사이 세 차례 9자리 규모의 대형 투자를 성사시켰다는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블랙록(BlackRock), 웰링턴 매니지먼트(Wellington Management) 등 굵직한 투자 파트너들이 잇따라 참여한 것도 주목할 대목이다.
아처의 최고경영자 애덤 골드스타인(Adam Goldstein)은 “우리는 이제 이 업계에서 가장 강력한 재무 기반을 갖춘 기업”이라며 “미국뿐 아니라 해외 시장 공략을 위한 발판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회사는 실리콘밸리 중심지인 캘리포니아 산타클라라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현재 ‘미드나잇(Midnight)’이라는 모델명을 붙인 비행택시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미드나잇은 헬리콥터처럼 수직으로 이륙하고 비행 시에는 항공기처럼 수평으로 날며 최대 속도 시속 150마일, 최대 이동 거리 100마일 수준의 성능을 갖췄다. 승객 4명을 태울 수 있으며, 전용 수직 이착륙장(버티포트)을 통해 도심 내 운항을 효율화한다. 12개의 전기 로터가 기체 양쪽에 탑재돼 비행 중 기울기를 조절하며 저항을 최소화하고, 헬리콥터보다 100배 조용해 도심 소음 문제를 대폭 줄였다. 여기에 빠른 충전에 최적화된 6개의 배터리 팩이 장착돼 회전율도 높였다.
회사는 지난 5월 유인 시범 비행에도 성공했다. 이때 미드나잇은 고도 1,500피트 이상으로 상승해 기체 안정성과 운항 기술력을 입증했고, 이번 투자 확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다.
이번 자금은 기체 생산 확대뿐 아니라, AI 기반 항공운항 소프트웨어 플랫폼 구축에도 투입될 예정이다. 아처는 이미 미국, 아랍에미리트(UAE), 인도, 한국 등과 도심형 항공교통(UAM) 인프라 구축 관련 협약을 맺은 상태다. 특히 미국 내에서는 유나이티드항공과 협력해 뉴욕 맨해튼에서 뉴어크 리버티 공항까지 항로를 포함한 복수의 노선을 곧 개설할 예정이다. 유나이티드항공은 미드나잇 수백 대를 선주문했으며, 계약 규모만 약 15억 달러(약 2조 1,600억 원)에 달한다.
이와 함께 아처는 오는 2028년 로스앤젤레스 하계올림픽을 위한 도시 내 수송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으로, 스포츠 관람객과 조직위원회 인력 이동을 지원하게 된다.
아처의 이 같은 속도감 있는 사업 전개는 글로벌 도심 항공교통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으며, AI, 전기차, 배터리 등 첨단 기술의 융합을 통해 하늘길 개척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