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AAPL)이 인공지능(AI) 검색 스타트업 퍼플렉시티 인수 가능성을 두고 내부 논의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시간 20일 블룸버그 통신은 이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관련 논의는 아직 초동 단계이며 성사 여부는 미지수라고 보도했다.
퍼플렉시티는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AI 기반 검색기업으로, 웹페이지 목록 대신 자연어로 구성된 응답을 제시하는 독창적인 질의응답형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최근 월간 사용자 수가 1,500만 명을 돌파했고, 지난 5월 한 달간 무려 7억 8,000만 건의 검색 요청을 처리했다고 밝히며 급성장세를 입증했다. 검색 요청 증가율은 매달 20% 수준이다.
퍼플렉시티의 기업 가치는 최근 투자 라운드에서 약 140억 달러(약 20조 1,600억 원)로 평가됐다. 따라서 애플이 인수를 추진할 경우 현재 시가보다 높은 금액의 제안을 내놓아야 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현재 퍼플렉시티는 유료 구독 모델과 개발자 대상 API 상품으로 수익을 창출 중이다. 일반 소비자용 ‘퍼플렉시티 프로’ 구독 서비스 외에도 기업을 겨냥한 ‘엔터프라이즈 프로’ 플랜을 제공하며, ‘소나(Sonar)’라는 이름의 API 패키지는 외부 애플리케이션에 자사 AI 기술을 통합할 수 있게 한다.
이번 논의에는 애플의 인수·합병 전략을 총괄하는 애드리안 페리카(Adrian Perica) 부사장이 주요 역할을 수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도에 따르면 애플은 퍼플렉시티 측과 최근 수차례 기술 중심의 미팅을 가졌으나, 이번 인수 검토는 아직 퍼플렉시티 최고 경영진과의 공식 협의로 이어진 단계는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퍼플렉시티는 최근 메타(META)로부터 인수 제안을 받은 전력이 있으며, 금액 조건에서 이견이 커 거래가 무산됐다. 이후 메타는 AI 데이터셋 공급 스타트업인 스케일AI에 143억 달러(약 20조 5,900억 원)를 투자하며 퍼플렉시티와 유사한 AI 역량 확보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애플이 실제 인수 대신 기술적 파트너십을 선택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제휴 방식의 경우 비용 부담이 적고, 반독점 심의를 피하기 용이하다는 점에서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현재 애플은 구글로부터 iOS에 자사 검색엔진을 기본 탑재하는 대가로 연 수십억 달러 규모의 로열티를 받고 있다. 그러나 미국 정부와의 검색시장 독점 소송 결과에 따라 이 구조가 유지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만약 애플이 구글과의 계약을 종료하게 될 경우, 퍼플렉시티 같은 신흥 AI 검색기업과의 협업 가능성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편, 퍼플렉시티 외에도 다양한 AI 스타트업이 전통 IT 강자들의 인수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메타는 오픈AI 전 수석 과학자인 일리야 수츠케버(Ilya Sutskever)가 공동 창립한 ‘세이프 슈퍼인텔리전스(Safe Superintelligence)’ 인수 시도에 나섰으나 실패했으며, 대신 핵심 인력 영입에 주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의 퍼플렉시티 검토는 단순한 기술 투자라기보다는 포스트 구글 시대를 가정한 전략적 밑그림으로 해석된다. 소비자 검색 경험을 자기 생태계에 통합하려는 의도와, AI 기술에서 후발주자라는 비판을 벗기 위한 포석이 엿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