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참여자 간 ‘속도 격차’를 줄이겠다는 새로운 인프라가 등장했다. 솔라나 재단 출신 창업자가 내놓은 해법은 ‘지연 시간(latency)’ 자체를 공정성 문제로 본 데서 출발한다.
오스틴 페데라(Austin Federa)는 2024년 솔라나 재단 전략 책임자에서 물러난 뒤 약 18개월 만에 네트워크 기업 ‘더블제로(DoubleZero)’를 통해 본격적인 서비스 준비를 마쳤다. 목표는 단순하다. 거래소 서버와의 물리적 거리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시간 차이를 제거해, 보다 ‘공정한 거래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페데라는 현재의 암호화폐 시장이 ‘탈중앙화’와 ‘분산화’를 혼동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디파이(DeFi)는 구조적으로 탈중앙화돼 있지만, 실제 거래 환경에서는 물리적 제약 탓에 노드와 검증자가 특정 데이터센터에 몰릴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하이퍼리퀴드(Hyperliquid)의 경우 도쿄 인근에 위치한 트레이더가 약 200밀리초(ms)의 속도 우위를 가진다. 고빈도 거래 환경에서는 이 차이가 곧 수익으로 직결된다.
페데라는 “거버넌스 측면에서는 탈중앙화돼 있지만, 실제 네트워크는 같은 공간에 집중돼 있다”며 “이는 진정한 의미의 분산 시스템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더블제로의 해법은 사설 광섬유 네트워크와 ‘글로벌 타임스탬프’ 시스템이다.
이 네트워크는 운영자들이 제공한 전용 대역폭을 활용해 블록체인 데이터를 전달하고, 거래소가 전 세계 여러 진입 지점에서 주문 시간을 표준화해 기록할 수 있도록 한다. 이를 통해 거래 순서를 공정하게 재구성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과거 뉴욕증권거래소(NYSE)가 데이터센터 케이블 길이를 나노초 단위까지 맞춘 방식과 유사한 접근이다. 당시에도 규제 때문이 아니라 ‘불공정하다는 인식이 거래를 이탈시킨다’는 시장 논리 때문에 도입됐다.
현재 퍼블릭 인터넷 기반 거래에서는 주문 지연이 단순한 네트워크 혼잡 때문인지, 혹은 의도적 배제인지 구분하기 어렵다. 이 점이 시장 신뢰를 떨어뜨리는 핵심 요인으로 지목된다.
더블제로는 ‘결정론적 지연 시간’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입장이다. 속도 자체를 극단적으로 줄이기보다는, 지연 시간을 일정하고 검증 가능하게 만드는 데 초점을 둔다.
물리적 한계는 여전히 존재한다. 뉴욕에서 도쿄로 연결되는 거래가 더 가까운 지역보다 빠를 수는 없다. 하지만 격차와 변동성을 줄이면, 트레이더는 보다 예측 가능한 환경에서 거래할 수 있다.
이는 전통 금융에서 고빈도 거래 기업들이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확보하려는 핵심 요소이기도 하다.
페데라는 시장 공정성이 규제가 아닌 ‘거래소 간 경쟁’에서 비롯된다고 강조한다.
미국 금융산업규제당국(FINRA)은 자율 규제 기구이며, 실제 시장 질서 유지의 상당 부분은 거래소 자체의 책임이라는 설명이다. 불공정하다는 인식이 퍼지면 유동성이 빠르게 이탈하기 때문이다.
그는 “결국 중요한 것은 어느 거래소가 공정성을 경쟁력으로 선택하느냐”라며 “아직은 규제보다 시장 선택의 문제”라고 짚었다.
암호화폐 업계는 지난 10년간 ‘탈중앙화’를 입증해왔다. 앞으로의 과제는 물리적 위치에 따라 유리함이 갈리지 않는 ‘진정한 분산 구조’를 구축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페데라는 “누구도 불공정한 플랫폼에서 거래하길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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