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자체 설계 칩의 일부 생산을 인텔에 맡기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그동안 애플 물량을 사실상 독점해 온 대만 TSMC를 둘러싼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인 TSMC 입장에서는 핵심 고객의 주문 구조가 바뀔 가능성이 생긴 만큼, 단순한 거래선 조정이 아니라 시장 지형 변화의 신호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11일 대만 중국시보 등에 따르면 재정·경제 전문가 롼무화는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애플과 인텔의 예비 합의 보도에 주목하며, 이 협력이 현실화할 경우 애플은 공급망 선택지를 넓히고 인텔은 파운드리 사업에서 상징성 큰 고객을 확보하게 된다고 평가했다. 파운드리는 반도체를 직접 설계하지 않고, 다른 회사가 설계한 칩을 대신 생산하는 산업을 말한다. 애플처럼 설계 역량이 강한 기업은 생산을 외부에 맡기는데, 그 대표적 파트너가 그동안 TSMC였다.
이번 움직임이 주목받는 이유는 애플의 주문량 자체가 워낙 크기 때문이다. 아이폰과 아이패드, 맥 제품군은 해마다 대규모로 출하되기 때문에, 생산처가 일부만 바뀌어도 반도체 공장 가동 계획과 시장 전망치가 함께 흔들릴 수 있다. 롼무화는 현재로서는 인텔이 애플의 어떤 제품용 칩을 맡게 될지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면서도, 애플 칩을 TSMC가 독점 생산하던 시대가 사실상 끝나가는 신호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그는 특히 인텔이 백악관의 정책적 지원을 등에 업고 파운드리 사업 재건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이 최근 인텔, 애플, TSMC의 주가 흐름에도 반영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애플이 공급처 다변화를 검토하는 배경으로는 TSMC의 첨단 공정 생산 여력이 사실상 한계에 가까워졌다는 점도 거론된다. 한 소식통은 애플이 단일 파운드리 의존도를 낮춰 공급망 위험을 줄이고, 보급형이나 기존 라인업의 물량을 보다 안정적으로 확보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8일 예비 합의를 통해 인텔이 애플의 보급형 노트북인 맥북 네오 시리즈에 들어가는 A21 칩 생산 협력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같은 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도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애플이 자체 설계 칩 생산 일부를 인텔에 맡기기로 예비 합의에 도달했다고 보도했다.
결국 이번 사안의 핵심은 애플이 비용과 수율, 생산 안정성을 모두 따져 공급망을 다시 짜고 있다는 데 있다. 인텔로서는 제조 경쟁력 회복의 시험대가 마련되는 셈이고, TSMC로서는 독보적 지위를 유지하더라도 주요 고객의 주문 분산 가능성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반도체 위탁생산 시장에서 특정 기업 의존을 줄이려는 빅테크의 전략과 맞물려, 고객사와 생산업체 사이의 관계를 더 다변화하는 방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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