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거래소 FTX, 美 진출 위해 레버리지 한도 5분의 1 '싹둑'

theStreet

암호화폐 거래소 FTX가 마진 거래에서 '레버리지(leverage, 부채 비율)' 허용 한도를 원금의 101배에서 20배로 대폭 축소한다. 암호화폐 투자 위험성에 대한 각국 정부 감독이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FTX가 규제 측면에서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을 사전에 도려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샘 뱅크맨-프라이드(Sam Bankman-Fried) FTX 최고경영자(CEO)는 2021년 7월 25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암호화폐 거래소의 레버리지를 20배로 제한한다고 밝혔다.

그는 "효과적인 마진 시스템은 효율적인 경제 시스템의 핵심이지만 모든 것에는 제한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도한 레버리지는 암호화폐 생태계에서 중요한 부분이 아니다. 건전하지 않은 점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또 거래량의 5% 이상을 마진콜로 충당하는 플랫폼이나 부정적인 이미지로 인해 관련 데이터를 삭제하는 플랫폼과 달리 FTX는 거래량 중 1% 미만이 마진콜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뱅크맨-프라이드는 "레버리지 축소는 책임 있는 암호화폐 거래를 장려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며 "이번 결정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암호화폐 레버리지, 일반 금융 시장에 열맞춰

마진 거래는 제3자가 제공하는 자금을 활용해 자산을 거래하는 것을 말한다. 거래자가 가진 자금보다 더 많은 자본을 활용해 투자 결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거래가 성공적일 경우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다. 동시에 거래자의 초기 투자금을 넘는 막대한 손실을 야기할 위험도 수반된다.

레버리지는 투자금 중 빌려온 자금의 비율이다. 투자 시장마다 다양한 레버리지 비율을 제공하는데 주식 시장은 2:1, 선물 계약은 15:1이 일반적이다. 암호화폐 시장은 2:1부터 100:1까지 다양한 레버리지 비율을 제공한다.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규제망이 좁혀오면서 레버리지 비율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어지고 있다. 일본도 규제 강도를 높이는 가운데 암호화폐 투자 레버리지 허용 한도를 2배까지 하향 조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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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X, 미국 진출 위해 규제 수준 개선

이번 조치의 배경에는 안티과 및 홍콩에 본사를 둔 FTX가 미국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가운데 나왔다.

뱅크먼 프라이드는 2021년 7월 인터뷰에서 "FTX 미국 지사를 통해 미국 각주의 암호화폐 시장은 거대한 성장 잠재력을 지니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면서 "FTX의 다음 목표는 미국 시장 진출"이라고 밝혔다.

FTX CEO는 2020년 미 대통령 선거에서 조 바이든 당시 후보에게 두 번째로 많은 금액을 후원하고 2021년 초 미국프로농구(NBA) 마이애미 히트 구단에 공식 후원하는 등 미국 시장 개척에 공을 들이고 있다.

미국 내 암호화폐 규제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만큼 미국 시장에 발을 들이기 위해서는 철저한 규제 이행은 필수적인 상황이다.

이에 뱅크먼 프라이드는 2021년 7월 23일 SCB 10X 서밋 "가능하다면 모든 규제 라이센스를 취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FTX의 주요 로드맵 중 하나가 준법, 특히 라이센스 취득"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관 투자자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규제 당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가능한 모든 라이선스를 취득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FTX는 업계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시장 진출을 위한 동력도 마련한 상태다. 거래소는 시리즈B 투자 라운드를 통해 9억 달러(1조 350억 원)를 유치했다. 2020년 12억 달러였던 FTX 가치는 이번 투자로 180억 달러까지 껑충 뛰었다.

FTX 발표에 따르면 연 매출액은 2021년 10배 증가한 10억 달러에 달한다. 100만 명 이상의 사용자가 하루 평균 100억 달러 이상을 거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