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 라마4 출시 또 연기…AI 전략에 '빨간불'

메타(META)가 차세대 대형 언어모델 '라마4 비히모스(Llama 4 Behemoth)'의 출시 시점을 당초 계획보다 늦출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사안에 정통한 인사의 말을 인용해, 당초 6월 초 예정이었던 공개 일정이 올가을이나 그 이후로 연기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연기는 메타의 인공지능 전략 전반에 의문을 제기하는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메타 내부에서는 라마4 비히모스의 성능이 기존 대비 충분한 진보를 이루지 못했다는 판단이 내려진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가 외부에 약속한 기술적 성과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브랜드 신뢰도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영향을 미쳤다.

이 여파로 메타의 주가는 현지시간 15일 정규장에서 3% 이상 하락했다. 대규모 인공지능 인프라 투자에도 불구하고 기대치에 못 미친 성과에 대한 투자자들의 실망감이 반영된 결과다. 메타는 올해 인공지능 중심의 자본적 지출에 최대 720억 달러(약 103조 6,800억 원)를 투입할 계획이다.

회사는 개발 지연 사태와 관련해 내부 책임론에 직면했다. 보도에 따르면, 일부 경영진은 라마4 비히모스 개발팀의 성과 부족을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으며, 해당 부서에 대한 구조조정이나 인사 교체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마크 저커버그 CEO는 출시 일정에 대해 아직 공식적인 언급을 내놓지 않았지만, 범용성이 제한된 축소 버전을 우선 출시하는 방안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메타는 당초 4월 자사 첫 AI 개발자 콘퍼런스에 맞춰 라마4 비히모스를 공개할 예정이었지만, 일정은 6월로 한 차례 연기된 바 있다. 이제는 2025년 하반기 중 언제 개발이 완료될 수 있을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와 같은 혼선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최근 라마 모델 성능에 대한 불만이 사용자 커뮤니티 안에서 제기된 바 있으며, 메타는 지난 4월 벤치마크 테스트에 일반 공개 모델이 아닌 최적화된 버전을 제출한 사실을 시인하기도 했다. 메타 소속 AI 엔지니어 아마드 알-달레는 X(구 트위터)를 통해 “서비스마다 모델 성능이 들쭉날쭉하다는 사용자 피드백을 받고 있다”며 불안정성을 인정했었다.

더욱이 메타가 진일보한 모델이라고 주장해온 라마4 비히모스가 GPT-4.5, 클로드 소넷 3.7, 제미니 2.0 프로를 MATH-500 및 GPQA 다이아몬드 등 주요 벤치마크에서 능가한다는 기존 발표와 충돌하는 점도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

한편, 메타만이 이 같은 난관을 겪는 것은 아니다. 오픈AI 또한 당초 상반기 GPT-5 출시를 예고했지만 현실적인 진척 어려움 속에서 사실상 GPT-4.5로 마무리했고, 새로운 GPT-5는 여전히 개발 중인 상태다. 앤트로픽(Anthropic) 또한 클로드 3.5 오퍼스 모델 출시를 예고했지만, 아직까지 실제 시장에 선보이지 못하고 있다.

뉴욕대 데이터과학센터의 라비드 슈와르츠-지브 교수는 “모든 연구소와 모델의 발전 속도가 현저하게 줄었다”며 “향후 AI 연구는 막대한 투자 대비 결과가 왜소해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진전을 보이려면 ***기술적 혁신보다 자원 투입이 더 중요하게 작용하게 될 것***이라 경고하기도 했다.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은 원조 ‘라마’ 모델을 주도했던 핵심 인력 대부분이 이미 회사를 떠났다는 점이다. 초기 라마 모델을 설계한 박사급 연구 인력 14명 중 11명이 회사를 떠났고, 최근 모델 개발은 전혀 다른 인력진에 의해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메타 내부의 기술 축적과 지속적 진화에 제약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