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판도 바꾼 AI 인프라… 기업가치, 기술보다 ‘실행력’ 본다

인공지능(AI) 인프라가 기업공개(IPO) 시장의 게임의 룰을 바꾸고 있다. 기존에는 뒷단 기술로만 여겨졌던 AI 인프라가 이제는 IPO 로드쇼와 투자설명서의 핵심 항목으로 부각되며, 기업의 성장성과 지속가능성 판단의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는 세계 각국 증시가 고점을 향하는 가운데, 기업 가치 산정과 투자자들의 전략이 AI 중심으로 재편된 결과다.

2025년 RAISE 서밋에서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마이클 해리스 부회장은 현재 시장에서는 단순한 매출 성장보다 지속 가능한 수익성과 확장 가능한 AI 전략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자들은 이제 AI 기술이 비즈니스 모델에 어떤 식으로 통합됐는지, 그 기술이 어떻게 시장 경쟁력을 지탱하는지에 주목하고 있다. 기업들은 그동안의 성장 중심 서사에서 벗어나, AI 인프라를 내재화한 탄탄한 운영 기반을 증명해야 IPO 준비가 마무리된 것으로 간주되고 있다.

RAISE 서밋 현장에서도 다양한 기업들의 사례가 이를 뒷받침했다. 구글 클라우드, Nutanix, Snowflake, Red Hat 등 주요 기업들은 차세대 AI 인프라 전략을 앞다투어 공개하며 경쟁 구도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이들 기업은 AI를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모든 산업의 근본적인 동력으로 규정하며 설계 단계에서부터 AI 친화형 구조를 테크 스택에 녹여내고 있다.

넷앱(NetApp)의 CEO 조지 쿠리안은 “AI 도입은 결국 데이터 인프라의 완성도가 좌우한다”라며, 고성능 스토리지와 플랫폼 유연성이 기업의 운영 성과에 결정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유럽 기업을 중심으로 컴플라이언스 대응을 위한 ‘소버린 클라우드’ 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며, Vultr 같은 기업이 이를 타깃으로 AI 인프라 공급을 빠르게 확대 중이다.

한편 기업의 속도와 확장을 경쟁력으로 삼고 있는 CoreWeave는 AI 인프라 구축 시간을 수년에서 몇 주로 단축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회사 측에 따르면, 엔비디아 및 델테크놀로지스와의 통합 설계 시스템으로 인해 유럽 전역에 걸친 AI 허브 전개가 가능해졌으며, 특히 현지 기업들이 자체 인프라 구축 부담 없이 빠르게 AI 도입에 나설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AI 인프라의 급성장은 투자 전략에도 결정적인 변화를 견인하고 있다. 투자사들은 이제 단순 혁신성보다는 실행력과 규제 대응 역량까지 고려해 투자의 기준을 설정하고 있으며, 실제로 IPO를 준비 중인 기업 절반 이상이 AI 기술을 핵심 성장 동력으로 명시하고 있다. 특히 헤로쿠(Heroku), 그로크(Groq), 세레브라스(Cerebras) 등 AI 인프라 전문기업들은 속도·규모·비용 최적화를 앞세워 자체 영역을 확대 중이다.

결과적으로 IPO 시장에서 AI 인프라는 더 이상 기술 선택의 영역이 아니라 경쟁 생존의 조건이 되고 있다. RAISE 서밋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AI 기술의 깊이보다는, 얼마나 실제로 작동하는 인프라를 갖췄느냐가 기업가치의 핵심”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제 AI 시대의 기업공개 전략은 기술적 수사보다 실질적 인프라 역량이 말해주는 시대로 전환되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