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AI 행동 계획' 발표… 美, 오픈소스 중심 AI 패권 재정비

미국 정부가 인공지능 분야에서의 주도권 확보를 목표로 새롭게 내놓은 'AI 행동 계획(AI Action Plan)'이 기업들에게 커다란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이번 계획은 비록 법적 구속력을 지닌 입법이 아닌 행정 명령의 성격이지만, 향후 미국 내 인공지능 생태계의 판도를 결정짓는 신호탄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행동 계획은 연방 기관들이 인공지능 모델 및 응용 프로그램 공급업체와 협력하는 방식에 대한 지침을 담고 있으며, 초점은 신속한 혁신, 미 연방 기관 중심 정책, 그리고 개방형(open-source) 모델 우선 전략에 있다. PwC의 기술혁신 책임자 맷 우드는 "행정 계획이지만, 정부의 움직임은 민간 AI 생태계 전반에 큰 영향을 준다"며 "더 빠른 AI 채택과 차별화된 속도가 기업 경쟁에 결정적인 요소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계획안에 따르면 미 연방 정부는 향후 AI 인프라와 연구 개발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에너지부와 국립과학재단을 통해 실환경 기반 AI 테스트베드를 구축할 예정이다. 이는 새로운 AI 모델 실험과 안전성 평가에서 불필요한 행정 절차를 줄이고, 보다 빠른 상용화를 가능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히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대목은 개방형 모델에 대한 정부 차원의 적극적 지원이다. AI 모델의 무게(weight)가 공개되는 ‘오픈 웨이트(open-weight)’ 전략은 AI의 투명성과 신뢰성, 나아가 글로벌 연구에서 미국 기업들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요소로 꼽히며, 이를 명시한 트럼프 정부의 입장은 개방형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기대를 받고 있다. 대표적인 오픈소스 플랫폼 허깅페이스의 클레망 들랑쥬는 “이제 미국 AI 커뮤니티는 '오픈은 위험하다'는 낡은 논리를 버리고 본연의 개방 정신으로 돌아갈 때”라고 밝혔다.

한편 무디스의 채얼린 비온디 부사장은 행동 계획이 AI를 전략적 자산으로 규정하고는 있지만, 미국 각 주별로 갈라진 규제 체계는 여전히 기업들에게 불확실성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AI 산업이 보다 안정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혁신과 규제 명확성의 균형이 필수라는 지적이다.

행동 계획은 ▲AI 혁신 가속화 ▲미국 인공지능 인프라 구축 ▲국제 AI 외교 및 안보 주도권 확보라는 세 가지 큰 축으로 구성돼 있다. 그 안에는 자유 표현 보장과 ‘미국적 가치’를 우선시하는 기준이 강조됐으며, 특정 정치적 성향이 반영된 AI 모델에 대해 연방 기관의 협력을 제한하는 조항도 포함돼 있다. 특히 중국발 AI 모델의 이념적 중립성 여부를 재검토하라는 지침은 지정학적 경쟁과 맞물려 있다.

이번 조치가 기업의 즉각적인 AI 운영 방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연방 정부 계약, 클라우드 리소스 우선순위, 인프라 구축에 관한 방향성이 명확해지면서 기업의 투자 판단에 작지 않은 신호를 준다는 분석이다. BCG의 세시 아이어 전무는 “이제 더 많은 기업들이 폐쇄형 모델 전략을 재고하게 될 수도 있다”며, 이번 계획이 오픈소스 LLM의 채택을 가속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기업들이 기대했던 AI 규제 통합이나 장기적 거버넌스에 대한 청사진은 이번에 포함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바이든 행정부의 AI 행정명령을 철회하면서, 그간 준비돼 왔던 일부 규제 프레임워크는 중단된 상황이다. 그럼에도 이번 행동 계획은 트럼프 행정부의 AI 정책 기조를 분명히 한 첫 공식 문서로, 향후 연방 기관과 협력하려는 기업들에겐 향후 전략 수립의 기준점이 될 전망이다.

결국 이번 AI 행동 계획은 단순한 정부 운영 지침을 넘어, 미국 내 기업들의 기술 전략과 경쟁 환경에 실질적인 파장을 낳을 가능성이 높다. 이미 많은 기업들이 자금 지원 확대, 규제 완화, 정부 협력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고 대응을 준비하고 있으며, 이는 중장기적으로 미국 AI 산업 재편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평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