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GOOGL)이 인공지능(AI) 에이전트의 권한을 대폭 확장할 수 있는 새로운 결제 프로토콜 ‘AP2(Agent Payments Protocol)’를 발표했다. 이 기술은 AI가 사용자 대신 인터넷 쇼핑에서 결제까지 전 과정을 자동화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이미 60개 이상의 리테일 및 금융 파트너사가 참여했으며, 프로토콜은 공개 표준 코드로 깃허브에 전면 개방됐다.
이번 프로토콜은 플랫폼 간 상호운용성과 결제 시스템 간 통합을 염두에 두고 고안됐다. 인간 사용자가 텍스트 명령으로 일정, 예산, 선호 조건을 입력하면 AI 에이전트는 이를 바탕으로 항공편과 숙소 예약을 실행할 수 있다. 특히, 각 거래는 암호학적으로 서명되고 감사 추적이 가능해 부정행위나 오용 우려를 줄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구글의 부사장 스타반 파리크와 라오 수라파네니는 블로그를 통해 “에이전트 기반 결제가 일상화된 미래를 대비하고 있다”며, 업계 전반의 협력을 통해 규제 친화적인 접근을 갖춰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여러 금융 기관들과 기술 표준 기관이 이와 협업 중이며, 프로토콜은 진화 가능한 형태로 열려 있다.
결제 허용 조건도 정교하게 설정됐다. 사용자는 원하는 항목과 기준을 설정하는 ‘의도 맨데이트(intent mandate)’와 실제 결제 단계인 ‘카트 맨데이트(cart mandate)’가 모두 승인되어야 에이전트가 행동할 수 있다. 완전한 자동 결제를 허용하는 경우에는 예산 한도, 구매 시간 등 상세 조건이 포함되어야만 작동하며, 이는 사용자의 재정적 의사결정을 엄격히 통제하려는 목적이다.
마스터카드(Mastercard)의 디지털 최고책임자 파블로 포레즈는 “이니셔티브는 에이전트 상거래(agentic commerce)의 근간을 형성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FIDO 얼라이언스와 같은 표준 기구와 협력해 신뢰성과 보안을 강화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한편, 암호화폐 결제 기능도 확대된다. 구글은 코인베이스(COIN), 이더리움 재단, 메타마스크 등과 협력해 새로운 확장 기능 ‘x402’를 개발 중이다. 이를 통해 AI 에이전트는 스테이블코인을 이용한 디지털 결제를 처리할 수 있게 된다. 메타마스크의 AI 책임자인 마르코 데 로시는 “블록체인은 본질적으로 에이전트 결제에 최적화된 인프라”라며, 이용자가 자산을 직접 보관하면서도 유연하게 결제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는 모델이 구축되고 있다고 말했다.
AI 에이전트 기반 결제를 준비하는 움직임은 구글뿐만이 아니다. 퍼플렉서티(Perplexity)는 AI 브라우저에서 'Buy With Pro' 기능을 선보였으며, 스트라이프(Stripe) 또한 자사 인프라에 AI 결제 모듈을 통합하고 있다.
AI가 구매 의사결정마저 수행하는 시대가 다가오는 가운데, 구글의 AP2는 곧 일상이 될 AI 에이전트 상거래의 시작을 알리는 상징적 이정표로 꼽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