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칩 전문 기업 세레브라스 시스템즈(Cerebras Systems)가 최근 11억 달러(약 1조 5,800억 원) 규모의 시리즈 G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 가치를 81억 달러(약 11조 6,600억 원)로 끌어올렸다. 인공지능 추론 서비스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가운데, 미국 내 AI 인프라 리더십을 강화하고자 하는 행보로 주목된다.

이번 투자에는 피델리티 매니지먼트앤리서치(Fidelity Management & Research)와 아트레이디스 매니지먼트(Atreides Management)가 주도적으로 참여했으며, 타이거 글로벌, 발로 에쿼티 파트너스, 1789 캐피털 등 유력 벤처 투자사들이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기존 투자자인 알티미터, 알파 웨이브, 벤치마크도 뒤따랐다.

세레브라스는 디너 플레이트 크기만 한 세계 최대 규모의 '웨이퍼 스케일(Wafer-Scale)' 프로세서로 잘 알려져 있다. 이 칩은 AI 모델의 학습과 추론 과정을 가속화하기 위해 설계됐으며, 초당 3,000 토큰을 생성하는 OpenAI의 1200억 파라미터 규모 모델 구동 시연을 통해 성능을 입증했다. 토큰 생성 속도는 AI 모델의 반응성과 효율성을 가늠하는 핵심 지표다.

세레브라스는 고성능 AI 추론 부문에서 세계 최고라고 자신한다. 벤치마크 전문기관 아티피셜 애널리시스(Artificial Analysis)의 미카 힐스미스 CEO는 “수백 개의 모델을 평가한 결과, 세레브라스가 경쟁사 대비 일관적으로 압도적인 속도를 기록했다”고 말했다. 세레브라스는 특히 엔비디아(NVDA)의 GPU 대비 20배 이상 빠르다는 벤치마크 결과를 들며 이 같은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고객층도 다양하다. 메타(META), IBM(IBM), 아마존웹서비스(AWS), Mistral AI와 같은 주요 AI 기업은 물론, GSK, 메이요 클리닉, 미국 에너지부, 국방부 등 정부 기관과 기업 고객을 포함하고 있다. 자사 클라우드 인프라뿐 아니라 파트너 및 온프레미스 환경을 아우르며 매달 수조 개 토큰을 처리하고 있으며, 개발자 중심 AI 플랫폼 허깅페이스(Hugging Face)에서는 월 500만 건 이상의 요청을 처리해 최다 사용 추론 공급자로 등극했다.

세레브라스는 올해 3월 북미 및 프랑스 소재 6개 클라우드 데이터센터 확장을 발표하면서 AI 슈퍼컴퓨터 인프라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Dhiraj Mallick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세레브라스는 미국의 AI 기술 주도권을 가속화하고 있다”며 “새 데이터센터는 차세대 AI 혁신의 중추 인프라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자금 조달을 통해 세레브라스는 프로세서 아키텍처와 시스템 디자인, AI 전용 반도체 패키징 등 차세대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미국 내 제조 및 데이터센터 인프라 확충에도 적극 투자할 계획이다. AI가 새로운 전략 산업으로 부상하는 가운데, 세레브라스는 속도, 확장성, 효율성을 앞세워 AI 인프라 경쟁의 중심에 자리한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