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의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가 10월 1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연이어 만난 가운데, 오픈AI의 대규모 인공지능 인프라 구축 사업인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한국 반도체 업계가 본격 참여할 가능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올트먼 CEO는 이날 오전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를 통해 입국한 직후 곧바로 종로구 SK서린빌딩으로 이동해 최태원 회장과 오찬 회동을 가졌다. SK그룹 측에서는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과 유영상 SK텔레콤 사장, 그리고 오픈AI 측에서는 김경훈 오픈AI코리아 대표가 함께 참석했다. 업계에 따르면, 이 자리에서는 주로 인공지능 반도체 개발 협력과 생성형 AI 서비스 관련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올트먼 CEO는 삼성전자 서초사옥으로 자리를 옮겨 이재용 회장과 회동했다. 두 그룹 총수와의 연쇄 회동은 지난 8월 한미 정상회담 계기에 마련된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이후 약 한 달 만이다. 당시에도 오픈AI와 한국 기업 간 협업 가능성이 제기됐던 만큼 이번 만남에서는 보다 구체적인 파트너십 형태에 대한 논의가 오간 것으로 해석된다.

주목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는 지난 1월 오픈AI가 미국의 클라우드 기업 오라클, 일본 소프트뱅크 등과 함께 발표한 초대형 데이터센터 구축 계획이다. 총 5천억 달러(약 700조 원)가 투입되는 이 사업은 수십만 개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차세대 인공지능 모델 및 AI 에이전트 개발을 위한 인프라를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한국 기업들은 이 프로젝트와 밀접한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인공지능용 고대역폭 메모리(HBM) 분야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 중이며, 최근에는 아마존웹서비스와 울산에 대규모 AI 데이터센터를 착공하는 등 관련 인프라 투자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 역량을 모두 갖춘 종합 반도체 기업으로, 이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데 있어 세계적 파트너로 평가된다. 특히 그룹 내 건설, 중공업 계열사가 데이터센터 설계와 시공 역량도 보유하고 있어 종합적인 참여가 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올트먼 CEO는 이날 오후에는 대통령실을 방문해 이재명 대통령을 예방할 예정이며, 이 자리에서 이 회장과 최 회장도 동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은 한국의 인공지능 전환 전략에 대한 자문과 함께, 국내 기업과 오픈AI 간 전략적 협력 확대, 그리고 한국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를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흐름은 한국 반도체 산업이 글로벌 인공지능 생태계의 중심축으로 떠오르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특히 AI 시대의 핵심 자원인 연산 장비와 메모리 반도체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국내 기업들은 단순한 부품 공급을 넘어서 AI 인프라 전반에 걸친 전략 파트너로 위상을 높여갈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