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시장의 후발 주자인 크루소 에너지 시스템즈(Crusoe Energy Systems)가 대규모 자금 조달에 성공하며 본격적인 확장을 예고했다. 크루소는 최근 13억 달러(약 1조 8,700억 원)를 신규 투자유치에 성공했으며, 이는 약 100억 달러(약 14조 4,000억 원)의 기업가치에 기반한 시리즈 E 라운드로 평가된다.

2018년 설립된 크루소는 원래 유정에서 버려지는 천연가스를 회수해 컴퓨팅 인프라에 전력을 공급하는 데 특화된 스타트업으로 출발했다. 초창기에는 비트코인 채굴용 전력을 생산하던 이 회사는 이후 AI와 고성능 컴퓨팅 인프라로 전환하며 ‘네오클라우드’ 사업자로 변모했다. 현재는 저렴한 에너지원 확보부터 GPU 클러스터 제공, 데이터센터 운영까지 수직 계열화를 이룬 기업으로, AI 인프라 수요에 발맞춰 제품군을 확장하고 있다.

이번 자금은 GPU 기반의 고성능 장비 확보, 인력 채용, 대형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활용될 예정이다. 주요 투자자는 무바달라 캐피털(Mubadala Capital)과 밸러 에쿼티 파트너스(Valor Equity Partners)로 파악된다.

체이스 로크밀러(Chase Lochmiller) 최고경영자(CEO)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컴퓨트 인프라에 대한 수요가 전례 없는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고 강조하며, "오픈AI(OpenAI) 사례가 대표적이지만 생태계 전반에 걸쳐 수요가 폭발적으로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로크밀러는 이어 현재 개발 파이프라인만 해도 총 45GW 규모에 달한다며, 이는 뉴욕시 약 8~10개 도시의 전력 수요를 합친 수준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크루소는 오픈AI를 위한 1.2GW 규모의 데이터센터를 텍사스 애빌린 지역에 짓는 중이며, 익명의 기술 기업이 발주한 또 다른 1.8GW 규모의 시설도 와이오밍주에서 구축 중이다. 두 프로젝트 모두 2026년 중반 완공을 목표로 한다.

수익 구조도 다채롭다. 석유·가스 회사와 협력해 매탄가스나 천연가스를 활용한 탄소저감 솔루션을 제공하는 동시에, 해당 에너지를 바탕으로 클라우드·AI 기업에 GPU 리소스를 임대하며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구조 덕분에 크루소는 에너지 회수부터 컴퓨팅 서비스까지 통합적 가치사슬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직전 투자 라운드는 2024년 12월로, 당시 28억 달러(약 4조 원)의 기업가치 기준으로 6억 달러(약 8,600억 원)를 조달한 바 있다. 이후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기업가치를 세 배 이상 끌어올린 셈이다.

AI 붐이 몰고 온 데이터센터 인프라 수요는 이제 단순한 수요 과잉 단계를 넘어, 전력 확보와 인프라 수직계열화 역량이 기업 경쟁력으로 직결되는 국면에 진입했다. 크루소의 행보는 AI 시대의 새로운 인프라 패권 지형을 좌우할 주요 변수로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