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미국 스타트업 투자 시장은 올해 들어 손꼽힐 정도로 활기를 띠었다. 특히 인공지능(AI), 핀테크, 암호화폐, 바이오테크 등 핵심 기술 영역에서 수천억 원대의 대형 자금 유치가 잇따르며, 연말을 앞두고 주요 벤처캐피털들이 공격적으로 딜을 마무리하고 있는 분위기다.

이번 주 자금 유치를 주도한 기업은 AI 클라우드 인프라 기업 람다(Lambda)였다.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람다는 시리즈 E 라운드에서 15억 달러(약 2조 1,600억 원)를 확보하며 단숨에 ‘메가딜’ 정점을 찍었다. 이번 투자는 토머스 툴과 마크 월터가 이끄는 TWG 글로벌이 주도했으며, 창립 이후 누적 투자 유치액은 32억 달러(약 4조 6,100억 원)에 달한다. 람다는 다양한 AI 모델 운용에 특화된 고성능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통해 초지능(AI Superintelligence)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삼고 있다.

다음으로 주목할 만한 라운드는 예측시장 플랫폼 칼시(Kalshi)가 10억 달러(약 1조 4,400억 원)를 유치한 사례다. 세쿼이아 캐피털과 캐피털G가 주도한 이 투자는 칼시의 기업가치를 110억 달러(약 15조 8,400억 원)로 끌어올렸다. 정치, 경제, 기후 등 다양한 이슈에 대한 예측 거래를 제공하는 이 플랫폼은 규제 환경 변화에 따른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

그 외에도 멀티미디어 AI 기술을 선도하는 루마AI(Luma AI)가 9억 달러(약 1조 3,000억 원)를, 암호화폐 거래소 크라켄(Kraken)이 8억 달러(약 1조 1,500억 원)를 각각 조달했다. 특히 크라켄은 시타델 시큐리티즈의 전략적 투자로 200억 달러(약 28조 8,000억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노동력을 대체할 로봇용 AI 소프트웨어를 개발 중인 피지컬 인텔리전스(Physical Intelligence)도 6억 달러(약 8,600억 원)를 유치하며 눈길을 끌었다.

핀테크 분야에서는 경비관리 솔루션 램프(Ramp)가 3억 달러(약 4,300억 원)를 추가 유치하며, 올해만 벌써 네 번째 투자를 성사시켰다. 램프는 뉴욕에 본사를 둔 유니콘으로 누적 투자액은 23억 달러(약 3조 3,100억 원)에 이른다. 아울러 장수 헬스 테크 스타트업 펑션 헬스(Function Health)는 2억 9,800만 달러, AI 기반 작업 도구 개발 기업 젠스파크(Genspark)는 2억 7,500만 달러, AI로 곡을 제작할 수 있는 선우(Suno)는 2억 5,000만 달러를 각각 조달했다. 바이오테크 기업 솔브 테라퓨틱스(Solve Therapeutics) 역시 고형암 치료를 위한 신약 개발에 집중하며 1억 2,000만 달러의 자금 지지 기반을 확보했다.

이번 주 톱10 딜의 상당수가 AI 기술을 중심으로 이뤄졌다는 점은, 여전히 스타트업 투자 시장에서 인공지능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엔비디아 기반 AI 칩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인프라와 응용기술 전반에 걸쳐 시장이 확장되고 있다. 연말을 앞두고 벤처캐피털들이 빠르게 투자 결정을 내리는 확증편향이 작용한 점도 대형 라운드가 몰린 원인으로 분석된다.

이번 집계는 11월 15일부터 21일까지 미국 내에서 공식 발표된 투자 유치 건 중, 크런치베이스에 등록된 1억 달러 이상의 라운드를 기준으로 정리됐다. AI의 성장세를 중심으로 한 하반기 자금 흐름 변화는 향후 IPO 시장과 M&A 시장의 회복에도 작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