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오픈소스 생태계를 주도하는 리눅스 재단이 차세대 인공지능(AI)의 핵심 영역으로 부상 중인 '에이전틱 AI(agentic AI)' 시장에 본격 뛰어들었다. 앤스로픽, 오픈AI, 블록을 포함한 주요 기술 기업들이 초기 파트너로 참여한 가운데, 새로운 비영리 단체 ‘에이전틱 AI 재단(AAIF)’의 창립이 공식 발표됐다.

에이전틱 AI란 단순한 질문-답변 기반의 AI를 넘어,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계획하며 여러 단계의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AI 시스템을 의미한다. 이미 실사용 사례에서 기존 자동화보다 40% 빠른 실행 속도와 60% 낮은 오류율을 기록하는 등 높은 효율성이 입증되고 있어, 시장에서는 인간과 함께 일하는 ‘AI 동료’의 출현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번 재단 출범을 통해 앤스로픽은 AI 모델과 데이터, 툴을 연결하는 통합 표준 ‘MCP(Model Context Protocol)’를 제공했고, 오픈AI는 다수의 오픈소스 코딩 프로젝트에서 이미 채택 중인 ‘AGENTS.md’ 사양을 제안했다. 블록은 ‘구스(Goose)’라는 이름의 범용적이고 모듈화된 로컬 AI 프레임워크를 내놨다. 이들 기술은 앞으로 에이전틱 AI의 개발 인프라로 기능하게 된다.

AAIF는 아마존웹서비스(AWS), 블룸버그, 클라우드플레어, 구글(GOOGL), 마이크로소프트(MSFT) 등 업계를 대표하는 기업들이 플래티넘 멤버로 참여하고 있어 파급력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MCP의 경우 출시 1년 만에 1만 개 이상의 서버에 도입돼, 클로드·코파일럿·젬이니·챗GPT 등 주요 AI 플랫폼간 상호운용성을 사실상 주도하고 있다.

리눅스 재단은 앞으로 에이전틱 AI 발전의 핵심 원동력이 ‘개방형 구조’에 있다고 강조했다. 즉 특정 빅테크 기업의 폐쇄적 통제가 아니라, 커뮤니티 주도로 운영되는 기술 플랫폼이야말로 AI의 공공성과 혁신을 지속 가능하게 만든다는 설명이다. 이는 리눅스 커널과 쿠버네티스, 파이토치, RISC-V와 같은 오픈소스 프로젝트의 성공 사례에서 그 실효성을 입증한 바 있다.

에이전틱 AI 기술에 대한 수요도 폭증하고 있다. 자동화 소프트웨어 기업 유아이패스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기준으로 전 세계 기업의 65%가 에이전틱 AI를 도입했거나 도입 중이고, 2026년에는 90% 이상의 경영진이 관련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다만 동시에 전체 기업의 단 5%만이 AI에서 실질적인 재무 성과를 내고 있다는 MIT 보고서와, 96%의 보안 전문가가 ‘AI 에이전트의 잠재 위협’에 우려를 표한 점은 경계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잇따른다.

특히 앤스로픽의 최고제품책임자 마이크 크리거는 "MCP는 당초 내부 문제 해결을 위해 개발됐지만, 오픈소스화 이후 사실상 업계의 표준이 되었다"고 강조하며, 에이전틱 AI 생태계 전반에 미친 기술적 영향력을 부각했다. 블록의 오픈소스 총괄 마닉 수르타니도 "AI는 향후 수십 년간 인터넷 이후 최대 경제성장 엔진이 될 것"이라며 "폐쇄가 아닌 개방 생태계 중심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리눅스 재단의 움직임은 단지 기술 표준을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대형 기술 기업과 개발 커뮤니티, 시민 중심의 혁신 모델이 만나는 접점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AI 기술의 방향성을 결정짓는 전환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AI가 협업 기반의 지능형 시스템으로 진화하는 흐름 속에서, 에이전틱 AI는 새로운 산업 지형을 빠르게 재편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