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카카오가 인공지능 경쟁력 강화를 위해 연구개발 투자를 늘리면서도, 실제 돈을 버는 방식에서는 서로 다른 길을 분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9일 정보통신기술 업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연구개발비는 네이버가 6천20억원, 카카오가 3천316억원으로 집계됐다. 두 회사 합계는 9천336억원이며,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도 네이버 18.6%, 카카오 17.1%로 나란히 높은 수준이다. 2분기 수치가 아직 공식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인공지능 서비스와 기반 기술 고도화에 투입되는 비용이 계속 늘고 있어 상반기 전체 연구개발비는 2조원 안팎에 이를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 비용은 인공지능에만 한정된 지출이 아니라 검색, 광고, 커머스, 콘텐츠, 클라우드 등 기존 사업 개발비까지 모두 포함한 수치다.
네이버는 인공지능 인프라를 직접 키우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최근 엔비디아의 10억달러 규모 지분 투자와 브룩필드와 추진 중인 최대 90억달러 규모 인프라 투자를 바탕으로, 그래픽처리장치와 인공지능 데이터센터를 결합한 이른바 AI 팩토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27년 상반기 55메가와트급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가동을 시작으로 2028년에는 200메가와트, 장기적으로는 기가와트급까지 넓히겠다는 계획이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8월 7일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단순한 컴퓨팅 임대가 아니라 그래픽처리장치 컴퓨팅과 클라우드 모델 운영 서비스를 결합한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시장에 접근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각국 정부와 기업이 자국 데이터와 규제 체계에 맞춰 독자 인공지능 체계를 구축하려는 소버린 AI 수요를 선점하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카카오는 반대로 대규모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투자 경쟁에는 선을 긋고, 이용자가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생활형 인공지능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다. 핵심은 카카오톡 안에서 사용자의 의도를 파악해 주문, 결제, 예약 같은 행동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만드는 에이전틱 AI다. 예를 들어 대화방에서 음식 주문 의도가 감지되면 인공지능이 이용자 취향을 반영해 메뉴를 추천하고, 주문과 결제까지 연결하는 방식이다. 카카오는 쿠팡이츠와의 게이트웨이 파트너십을 시작으로 커머스, 예약, 여행, 결제 등 생활 밀착 영역으로 이 생태계를 확대할 계획이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8월 6일 2분기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인공지능 데이터센터나 그래픽처리장치 클라우드 같은 인프라는 선행 투자 규모에 비해 장기 투자수익률이 불확실하다며, 전 국민이 일상에서 쓰는 인공지능 서비스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두 회사 모두 장기적으로 연구개발 지출을 꾸준히 늘려왔다는 점도 눈에 띈다. 네이버의 연구개발비는 2016년 1조96억원에서 2020년 1조3천321억원, 2023년 1조9천926억원으로 증가했고, 2024년 1조8천579억원을 거쳐 2025년에는 2조2천218억원으로 처음 2조원을 넘어섰다. 카카오도 2016년 2천116억원에서 2020년 5천354억원으로 늘어난 뒤 2022년 처음 1조원을 돌파했고, 2025년에는 1조2천992억원을 기록했다. 결국 두 회사는 모두 인공지능 시대를 대비해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지만, 네이버는 기업·공공시장과 인프라 수익을, 카카오는 이용자 접점과 서비스 거래 수익을 중심에 둔 셈이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국내 플랫폼 기업의 인공지능 경쟁이 단순한 기술 개발을 넘어, 누가 더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먼저 만들 수 있느냐의 경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인프라를 선점한 사업자와 이용자 생활 깊숙이 들어간 서비스 사업자 가운데 어느 쪽이 더 빠르게 성과를 내느냐에 따라 국내 인공지능 시장의 판도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