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 인공지능 기업 하비(Harvey)가 문샷AI(Moonshot AI)의 약 2조8000억개 파라미터 오픈 웨이트 모델 키미 K3를 기반으로 법률 특화 모델을 개발했다. 외부 모델 제공업체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법률 업무에 특화한 모델 계층을 추가하려는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다만 비용 절감 효과는 확인되지 않았다.
하비는 8월 20일 키미 K3를 후처리한 연구 프리뷰 ‘하비 테넷’을 공개했다. 테넷은 하비와 Fireworks Research가 장기 법률 업무 수행을 목표로 공동 개발한 오픈 웨이트 모델이다. 하비는 이를 법률 작업에 특화한 첫 후처리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하비의 자체 법률 에이전트 평가 체계인 LAB에서 테넷은 키미 K3보다 보류된 작업을 거의 2배 더 완료했다. 계약 관련 LAB에서는 완료 작업 수가 20% 늘었다. 다만 두 수치는 하비가 설계한 평가 환경에서 나온 자체 평가 결과다.
오픈 웨이트 모델은 학습된 가중치를 활용해 기업이 자체 인프라나 클라우드 환경에 배치할 수 있는 모델을 말한다. 외부 API에 의존하는 폐쇄형 모델과 달리 배포 환경을 직접 선택할 여지가 있지만, 가중치 공개만으로 소스코드와 학습 데이터, 운영 구조 전체가 공개되는 것은 아니다.
키미 K3는 문샷AI가 공개한 오픈 웨이트 모델이다. 전체 파라미터 수와 실제 연산에 사용되는 활성 파라미터 수는 구분해 봐야 하며, 하비는 키미 K3의 가중치 위에 법률 데이터와 작업 환경에 맞춘 후처리를 적용했다.
하비의 멀티모델 전략은 2025년 5월부터 외부 모델을 업무별로 조합하는 방식으로 확대됐다. 하비는 OpenAI 모델을 유지하면서 앤트로픽의 Claude와 구글의 Gemini를 플랫폼에 추가하고, 법률 문서 작성·재판 준비·구두변론 등 업무에 적합한 모델을 자동 배정한다고 밝혔다.
테넷은 기존 외부 모델 라우팅 구조를 없애기보다 자체 모델 계층을 추가한 사례에 가깝다. 하비는 모델 자체뿐 아니라 법률 데이터와 작업 환경, 평가 체계를 함께 통제하는 방식으로 제품 경쟁력을 넓히려는 모습을 보였다.
하비는 자체 Legal Agent Benchmark(LAB)도 공개했다. LAB은 문서 검토, 메모 작성, 계약서 수정처럼 실제 법률 업무에 가까운 장기 작업을 평가하도록 설계됐다. 관련 평가 체계와 결과는 하비가 공개한 법률 에이전트 벤치마크에 담겼다.
오픈 웨이트 모델 활용은 비용과 통제권을 동시에 겨냥한다. 외부 API 호출 비용을 줄일 여지가 있지만, GPU 임대료와 추론 규모, 운영 인력, 보안 설비 비용이 새롭게 발생할 수 있다. 하비가 테넷을 통해 실제로 어느 정도 비용을 줄였는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하비는 9월 9일 5억5000만달러(약 748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으며 기업가치는 155억달러(약 21조1000억원)로 평가됐다고 밝혔다. 원화 환산에는 1달러당 약 1360원의 환율을 적용했다.
하비는 투자금을 법률·기업 법무팀을 위한 인공지능 개발과 인력 확충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자사 플랫폼이 Am Law 100 로펌의 80%와 포춘 10대 기업 중 5곳에서 사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간반복매출 4억달러와 고객사 3000곳 이상이라는 수치는 공식 투자 발표문에 담기지 않았다.
법률 기술 커뮤니티에서는 하비가 외부 모델 API 비용을 계속 부담하면 수익성이 제한될 수 있다는 의견과, 자체 모델이 법률 업무에 맞춘 제품 차별화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이 함께 나왔다. 이는 일부 온라인 이용자의 반응으로 업계 전체의 평가로 일반화하기는 어렵다.
중국산 기반 모델을 법률 서비스에 활용하는 만큼 고객 기밀과 데이터 관할권, 공급망 의존성도 검토 대상이다. 하비는 고객 데이터가 명시적 승인 없이 모델 학습에 사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지만, 테넷의 구체적인 운영 환경과 데이터 처리 방식은 공개하지 않았다.
중국 오픈 웨이트 모델이 미국 폐쇄형 모델과 경쟁하는 흐름은 앞선 본지 보도에서도 다뤄졌다. 이번 사례는 오픈 웨이트 모델이 단순한 연구용 자산을 넘어 법률 업무처럼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의 제품 개발에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하비는 테넷을 공개하면서도 OpenAI·앤트로픽·구글 모델을 중단한다고 밝히지 않았다. 이번 발표로 확인되는 것은 기존 멀티모델 구조에 자체 후처리 모델과 법률 전용 평가 체계를 추가했다는 점, 그리고 그 성능을 하비 자체 평가로 제시했다는 점이다.
테넷이 실제 법률 업무에서 어느 수준의 정확성과 운영 비용을 보일지는 독립적인 검증과 상용 적용 결과를 통해 확인할 사안으로 남았다.

김하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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