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향후 5~7년 안에 역내 데이터센터 용량을 최소 3배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한다.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 인프라를 확대해 미국 기업 의존도를 낮추려는 구상이지만, 전력망과 용수 사용을 둘러싼 지역 갈등이 커지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6월 3일 클라우드·AI 개발법(Cloud and AI Development Act·CADA) 제안을 채택했다. 이 제안은 데이터센터 입지 발굴과 인허가 절차 간소화, 에너지 효율·냉각·전력 관리 기술 도입을 주요 수단으로 제시했다. EU 집행위원회는 2035년까지 역내 기업과 공공기관의 컴퓨팅 수요를 충족한다는 목표도 내놨다.
◇ 데이터센터 확대와 디지털 주권
CADA는 데이터센터 건설만을 다루는 계획이 아니다. EU 집행위원회는 유럽 클라우드 사업자의 경쟁력을 높이고 공공 부문의 클라우드 조달 체계를 정비해 미국계 사업자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 하고 있다.
데이터센터 용량 확대에는 2036년까지 약 2000억 유로가 필요할 수 있다. 이 수치는 장기 투자 추정치로, 실제 집행액이나 공공·민간별 부담을 확정한 금액은 아니다.
유럽의 AI 연산능력이 부족해 데이터센터 확충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이번 계획의 배경과 맞닿아 있다. AI 서비스와 클라우드 수요가 늘면서 연산 시설과 전력 인프라를 함께 확보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 전력·용수 부담과 환경 기준
EU 집행위원회 산하 핀란드 대표부는 국제에너지기구(IEA) 전망을 바탕으로 EU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이 2024년 약 68TWh에서 2030년 약 114TWh로 늘어날 수 있다고 전했다. 2030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가 EU 전체 전력 수요의 3%를 넘을 수 있다는 전망도 제시됐다.
EU 집행위원회는 500kW를 초과하는 데이터센터에 에너지 성능 정보를 보고하도록 하고 있으며, 에너지·물 사용 정보 공개와 공통 등급제·최소 성능 기준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9월 21일 제안된 공통 평가 체계는 유럽의회와 EU 이사회의 심사 절차를 거쳐야 하며, 첫 지속가능성 표시는 2027년 공개될 예정이다.
500kW 초과 데이터센터의 에너지·물 효율과 전력망 기여도를 평가하는 등급제는 시설별 자원 사용 효율과 에너지 시스템 기여도를 비교하는 데 초점을 둔다. 등급제가 데이터센터의 총 전력 사용량이나 물 사용량에 상한을 두는 규정은 아니다.
전력 수요가 늘면 전력망 접속과 신규 인프라 비용이 쟁점이 된다. 냉각에 필요한 물과 시설 건설에 필요한 토지 역시 지역사회가 부담해야 할 비용으로 거론되고 있다.
◇ 지역사회 반발과 업계 입장
아일랜드 킬데어 카운티 의회는 데이터센터 용도로 지정된 토지의 재검토 안건을 찬성 11표, 반대 22표, 기권 7표로 부결했다. 주민과 시민단체는 전력·물·소음·대기오염 문제를 제기하며 캠페인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주민들은 데이터센터가 전기요금과 국가의 재생에너지 전환 능력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대형 데이터센터와 일반 소비자의 전기요금 부담 차이에 관한 일부 해석은 아일랜드 규제기관이 반박한 바 있어, 비용 상승의 인과관계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는 500명 이상이 대형 데이터센터 건설 반대 캠페인에 참여했다. 현지 보도는 데이터센터가 2024년 네덜란드 전체 전력 사용량의 4.6%를 차지했으며, 한 사업의 완공 후 연간 물 사용량이 11억 리터에 이를 수 있다고 전했다.
반면 Equinix 베네룩스 책임자는 데이터센터가 기업과 공공서비스, 보안에 필요한 현대 인프라라고 주장했다. 프랑스 에트르셰에서는 구글 데이터센터 계획에 반대해 시장과 지방의원 등 5명이 사임했으며, 사업 측과 지역 개발 지지자들은 세수와 일자리 창출 효과를 강조했다.
구글 데이터센터는 완공 시 880MW에서 1.1GW의 전력을 사용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 수치는 사업자 계획에 기반한 추정치로, 최종 전력 소비량은 정해지지 않았다.
◇ 남은 절차와 국내 연결
CADA는 아직 법률 확정안이 아닌 제안 단계다. 유럽의회와 EU 이사회의 협의 과정에서 데이터센터 용량 확대 목표와 인허가 절차, 에너지 의무의 세부 내용이 바뀔 수 있다.
이번 계획은 AI 연산과 클라우드 인프라, 반도체와 전력망에 직접 연결되지만 가상자산이나 블록체인 사업과의 직접적인 연결고리는 확인되지 않았다. 국내 기업과 투자자에게는 유럽의 AI 인프라 투자 확대와 전력·용수 기준 마련이 관련 장비와 인프라 시장에 미칠 영향이 주요 관전 대상이다.

서지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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