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없는 자본시장’이 온다…블록체인, 전통 금융을 재편한다

전통 금융 시스템에 균열이 일고 있다. 정장의 월가가 스마트 콘트랙트 기반의 웹3로 바통을 넘기고, 역사와 권위를 자랑하던 거래소는 24시간 움직이는 토큰 풀로 대체되는 흐름이다. 과거 인터넷이 정보의 민주화를 이끌었다면, 블록체인은 소유권의 분산과 금융 권력의 재편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진화가 아니라, 글로벌 금융 시스템 전체를 다시 짜는 급진적인 재구성의 서막이다.

주식 거래소는 400년 넘게 진화해왔다. 암스테르담의 연기 자욱한 커피하우스에서 시작된 거래 문화는 뉴욕의 악수 거래로 이어졌고, 다시 종이 계약을 거쳐, 마침내 전자 기반의 자동화된 매매 시스템으로 이행되었다. 이 거대한 변천의 연장선상에서 암호화폐 시장은 등장했다. 크립토 시장은 결코 문을 닫지 않는다. 반면, 주식 시장은 개장과 폐장의 굳건한 틀 안에 머물러 있다. 미국 주식 시장은 하루 6.5시간만 열리는 반면, 기관투자자들은 새벽 4시부터 밤 8시까지 무려 13.5시간 동안 시장에 접근할 수 있다.

시장 참여의 평등을 향한 갈망은 여전히 크다. 주식 거래 플랫폼 로빈후드는 2023년 6월부터 거래 시간을 확대했고, 사용자들은 하루 6.5시간 더 거래할 수 있게 됐다. 런칭 이후 장외 거래량은 두 배로 증가했지만, 여전히 거래는 실시간이 아니다. 주문은 다음 세션이 열려야 실행되는 구조다. 이는 암호화폐처럼 24시간 거래 가능한 실시간 시장에 비해 명백한 한계로 작용한다.

이처럼 제한된 거래 시간은 기형적인 현상까지 낳고 있다. 이른바 ‘나이트 이펙트(Night Effect)’ 전략이 대표적이다. 미국 주식을 마감 직후(오후 4시)에 매수해 다음 날 시가(오전 9시30분)에 매도하는 단순한 전략이 지난 30년간 무려 1,100%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역으로 아침에 사고 오후에 팔면 누적 수익률은 100%도 채 되지 않는다. 이는 대부분의 주요 기업들이 장 마감 이후 실적을 발표하고, 주요 경제 뉴스도 밤 사이 전해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개미 투자자들이 장이 닫힌 사이 이 모든 가격 변동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정상적인 금융 시스템이라면 누구에게나 공정한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정해진 거래 시간, 차등적인 접근성, 낡은 인프라는 시장을 일부에게만 유리하게 만든다. 기관은 ‘정규 시간’이라는 제약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밤이 없는 시대’, 즉 24시간 돌아가는 탈중앙화 시장에서는 이 같은 기울어진 운동장에도 균열이 생기고 있다.

기술 기반의 새 시장은 단 한순간도 멈추지 않는 자본 흐름을 가능케 하며, 기존 시스템이 만든 벽을 허물고 있다. 전 세계 어디에 있든, 누가 참여하든, 디지털 자산 시장에서는 시간과 장소의 제약이 사라지고 있다. 아시아 태평양에서 유럽, 미국에 이르기까지 적어도 한 곳의 거래소는 항상 열려 있다. 진정한 분산화가 전통 금융을 대체할 때, 돈은 잠들 이유가 사라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