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 최대 상업은행인 카타르내셔널은행(QNB)이 미국 달러 기반 실시간 기업결제 시스템 구축을 위해 제이피모간($JPM)의 블록체인 플랫폼 ‘키넥시스(Kinexys)’를 도입했다. 이를 통해 QNB는 카타르 최초로 미국 달러 결제에 블록체인 인프라를 적용한 은행으로 기록됐으며, 복잡한 정산 과정을 실시간으로 단축해 기업 고객의 유동성 관리 효율성을 크게 높일 전망이다.

QNB 글로벌 거래은행 부문을 총괄하는 카멜 모리스(Kamel Moris) 부사장은 키넥시스의 도입으로 "결제 소요 시간이 단 2분 이내로 줄면서 기업 재무팀의 핵심 과제인 실시간 유동성 확보가 가능해졌다"고 밝혔다. 전통적 결제 시스템이 종종 영업시간 제한, 수작업 확인, 시차 문제로 인해 여러 날이 소요되는 것에 비해, 블록체인 레일을 활용하면 주말과 야간에도 지체 없이 결제가 실행될 수 있다.

제이피모간은 그간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키넥시스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있으며, 이미 사우디국립은행과 에미리트 NBD 등 복수의 걸프 지역 대형은행이 합류한 상태다. 이 플랫폼은 한때 하루 30억 달러(약 4조 1,700억 원)에 달하는 결제를 처리하고 있으며, 기업 재무팀이 자동화된 유동성 흐름을 설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는 기존 온닉스(Onyx) 부문과 쿼럼(Quorum) 블록체인 프로젝트의 기술적 기반을 활용한 업그레이드판이다.

은행 간 거래에 블록체인을 적용하면 중개은행을 거치지 않고도 직접 결제가 가능해지는 구조다. 이에 따라 기존 국제 결제망의 복잡성을 줄이고, 불필요한 수수료와 대기 시간도 크게 절감된다. 국제결제은행(BIS)의 보고서에 따르면 현행 기업 결제 구조는 주로 중개 은행에 의존하고 있어 처리 지연이 빈번하다. 반면, 키넥시스는 이 같은 전통적 병목을 탈피하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흐름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확산 중이다. 올해 초 인도 액시스은행은 제이피모간과 협약을 맺고 24시간 달러 송금 시스템을 적용하면서, 다중 은행 간 자금 집중관리(multibank cash concentration) 기술까지 도입했다. 이를 통해 운영 비용을 낮추는 동시에, 투명도와 처리 속도 모두를 개선할 수 있었다.

제이피모간의 키넥시스 공동 대표 나빈 말렐라(Naveen Mallela)는 "블록체인 기반 결제망이 직접 고객뿐 아니라 간접 고객까지 포괄하며 기관급 확장성을 확보했다"고 강조했다. 이번 QNB의 합류는 해당 네트워크의 신뢰도를 한층 끌어올리고, 중동 지역 은행들의 디지털 전환 행보에 불을 지필 것으로 보인다.

전통 금융기관들이 블록체인 도입을 통해 직접 결제 흐름을 제어하려는 시도는 이제 실험 단계를 넘어 실질적인 상업화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 이번 협력이 향후 아시아, 유럽 등 타 지역 금융권에도 확산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