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결제 기업 비자(Visa)가 스테이블코인이 전통 금융의 신용망을 대체할 수 있는 혁신 기술로 부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비자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스마트 계약 기반의 스테이블코인 대출이 빠르게 성장 중이며, 새로운 형태의 글로벌 온체인 대출 인프라까지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비자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온체인 대출 시장은 월간 거래량 약 517억 달러(약 71조 8,630억 원)를 기록하고 있으며, 활성 차입자 수는 8만 1,000명을 넘어선다. 게다가 스마트 계약을 활용한 스테이블코인 기반 대출은 지난 5년간 누적 거래액이 6,700억 달러(약 931조 3,000억 원)에 달했고, 이는 Aave, 컴파운드(Compound), 모르포(Morpho) 등의 프로토콜을 통해 100만 개 이상의 지갑 주소에서 발생했다.

비자의 크립토 책임자인 쿠이 셰필드(Cuy Sheffield)는 “전자화폐 자체보다 핵심은 신뢰의 전자화에 있다”며, “스테이블코인과 스마트 계약은 신뢰 기반의 신용 네트워크를 온체인에서 구축할 수 있게 해준다”고 강조했다. 이 발언은 비자 창립자인 디 호크(Dee Hock)의 철학을 반영한 것이다.

비자가 보고서를 통해 설명한 대출 생태계에서 스테이블코인은 핵심 자산으로 활용된다. 이들은 법정화폐와 가치가 1:1로 연동돼 있어 변동성이 낮고, 차입자와 대출자 모두 안정적인 거래 환경을 확보할 수 있다. 특히 USDC, USDT, PYUSD, FDUSD, USDP, USDG, 그리고 리플 USD(RLUSD) 등의 스테이블코인은 이더리움(EVM) 및 솔라나 체인에서 주요 대출 자산으로 활용돼 글로벌 신용시장 재편의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변화는 시장 구조에도 실질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 비자는 스테이블코인이 이용 가능한 24시간 운영되는 대출시장을 창출하며, 전통 금융보다 효율성과 접근성을 크게 개선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트랜잭션 자동화가 가능한 스마트 계약 구조 아래에서는 중앙화된 금융기관 없이도 글로벌 시장 참여자들이 직접 신용을 창출하고 관리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

셰필드는 “과거 2022년부터 2024년 초까지 스테이블코인 대출이 일시적으로 위축됐지만, 최근 들어 빠르게 반등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2025년 8월 한 달간의 대출 총량이 517억 달러(약 71조 8,630억 원)에 달하며, 역대 최고 수준을 경신 중이다.

이번 보고서는 비자가 블록체인 데이터 분석 기업 알리움(Allium)과 공동으로 작성한 것으로, 스테이블코인 기술이 단순 결제를 넘어 글로벌 대출 산업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꿀 수 있는 새로운 금융 툴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산업 관계자들은 비자의 이러한 움직임이 향후 전통 금융기관은 물론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도입 논의에도 다층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평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