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이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를 받은 암호화폐 관련 입법 세 건을 통과시키면서, 워싱턴 정가가 디지털 자산 규제의 방향성을 본격적으로 잡아가고 있다. 이번에 하원을 통과한 핵심 법안인 ‘GENIUS 법안’은 민간 기업이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할 수 있는 법적 틀을 마련했으며, 상원을 이미 통과한 상태여서 이제 대통령 서명을 남겨두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 법안에 서명할 것이 확실시됨에 따라, 미국 내 암호화폐 산업에 대대적인 전환점이 될 것이란 전망이 높아지고 있다.
GENIUS 법안은 JPMorgan Chase,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그룹 등 주요 은행들의 실적 발표에서도 자주 언급됐으며, 이들은 규제 명확성이 확보되면 스테이블코인 사업에 본격 뛰어들 가능성을 시사했다. 특히 스테이블코인은 미국 달러 등 실물 자산과 가치가 연동된 암호화폐로, 실생활 결제 시스템과 연결되는 만큼 기존 금융업계는 물론 유통 대기업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월마트와 아마존도 자체 스테이블코인 출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를 통해 신용카드 결제 수수료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함께 통과된 두 법안도 주목할 만하다. ‘CLARITY 법안’은 암호화폐 규제의 체계를 정립하려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반중앙은행 디지털통화 감시국가 법안(Anti-CBDC Surveillance State Act)’은 연방준비제도의 디지털달러 발행을 금지하는 조항이 핵심이다. 두 법안 모두 하원을 통과했지만 상원 문턱을 넘어야 최종적으로 트럼프 대통령 책상에 오를 수 있다. 특히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에 대한 이 법안은 공화당과 민주당 간 뚜렷한 입장 차를 보이며 여야 간 갈등 소지를 드러내고 있다.
암호화폐 정책을 전방위로 지지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수차례 GENIUS 법안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으며, 이번 하원 통과는 트럼프의 디지털 경제 구상이 구체화된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번 입법들이 암호화폐 투자자와 기업 모두에게 불확실성을 걷어낸 신뢰의 기반이 될 것이라고 평가한다. 크립토이노베이션위원회의 김지훈 대표는 “이전에는 법적 애매함 탓에 투자에 신중할 수밖에 없었지만, 이제는 규칙이 생기며 산업의 고도화가 시작될 수 있는 기반이 만들어졌다”고 강조했다.
이번 하원 통과는 단순한 법안 채택을 넘어 암호화폐 산업이 미국 주류 경제 체계 내부로 진입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양한 업계의 지지를 얻으며 초당적 협력으로 추진된 CLARITY 및 GENIUS 법안은 향후 상원에서도 통과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관측이다. 반면 CBDC 발행을 막는 내용의 법안이 정치적 논쟁으로 이어진 만큼, 디지털 달러 도입 여부는 여전히 미국의 정책 격전지로 남아있다.
이번 입법의 향방은 미국 디지털 자산 정책의 미래를 넘어서 글로벌 금융 질서에도 직간접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암호화폐 시장 규모가 급팽창하는 가운데 이 같은 정책적 신호는 투자심리에 중요한 변곡점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