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IT 공작 도운 미국 여성에 징역 8년 6개월…암호화폐 기업 300곳 침투

미국 암호화폐 및 기술 기업들의 내부 시스템을 북한 공작원들이 침투할 수 있도록 도와준 미국 여성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이번 판결은 북한발 IT 위장 취업 사기 수법의 심각성을 직접적으로 조명한 사례로, 관련 업계의 보안 경각심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미국 콜럼비아 특별구 연방검찰청에 따르면, 애리조나 출신 크리스티나 마리 채프먼(Christina Marie Chapman)은 전자통신 사기, 신원 도용 및 자금세탁 공모 혐의 등으로 유죄가 인정돼 징역 102개월, 약 8년 6개월의 형을 선고받았다. 채프먼은 자신이 한국계 북한 공작원들과 공모해 미국 내 300곳 이상의 기업에 위장 취업을 시도했으며, 이 과정에서 미국 시민 또는 거주자의 신원정보를 도용해 부정한 문서를 만들었다.

검찰은 이같은 수법으로 발생한 부당 수익이 약 1,783만 달러(약 248억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위장된 북한 IT 인력들은 모두 미국 국적 혹은 거주자로 가장해 원격 근무직을 얻었고, 이를 통해 민감한 기업 정보 및 자금을 탈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채프먼은 지난 2월 11일 유죄를 인정했으며, 실형 외에도 3년의 감독형 및 범죄와 연관된 자금 28만 4,000달러(약 3억 9,476만 원) 몰수, 17만 7,000달러(약 2억 4,623만 원) 상당의 피해자 보상금 납부 명령을 받았다.

이번 사안은 미 법무부가 적발한 북한발 IT 위장 취업자 사기 조직 중 최대 규모에 속한다. 당국은 북한의 해커들과 연계된 이 조직이 지난 수년간 미국 내 총 309개 기업과 2개 해외 기업을 대상으로 공격을 감행했으며, 적어도 68명의 미국인 신원정보가 도용된 정황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이 보기 드문 사례는 아니다.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국적자 4명이 가상 신분을 이용해 미국의 암호화폐 스타트업과 세르비아의 토큰 발행사에 위장 취업한 사실이 드러났으며, 이를 통해 약 90만 달러(약 12억 5,100만 원)를 탈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더불어, 미국 재무부는 이달 초 북한 연계 IT 조력자 2명과 4개 기관에 대해 제재를 부과했다. 재무부는 이들이 다양한 글로벌 암호화폐 기업에 침투해 운영 체계를 무력화하거나 정보를 탈취하려 했으며, 탈취 자금이 북한의 대량살상무기 개발 자금으로 사용됐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복잡하고 조직적인 사이버 위협이 암호화폐 산업을 포함한 첨단 기술 업계 전반에 걸쳐 임박한 리스크로 확산되면서, 당국과 업계는 북한 정권과 연계된 해킹 및 위장 취업 시도에 대해 더욱 강력한 대응 필요성을 실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