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모건 CEO 다이먼, '암호화폐 회의론자'에서 스테이블코인 지지자로 전향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가 디지털 자산 전반에 대한 장기간의 회의론을 급격히 누그러뜨리고 있다. 그간 암호화폐에 비판적 입장을 고수해 온 그는 최근 CNBC와의 인터뷰에서 “나는 이제 스테이블코인의 신봉자”라고 밝히며 블록체인 기술의 효용성을 인정했다.

다이먼 CEO는 이번 변화가 JP모건 내부의 철학적 전환보다 고객 수요에 따른 대응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는 고객이 원하는 것이지, JP모건이 원하는 게 아니다”라며, “모든 금융 혁신에는 위험이 따른다. 새로운 금융 상품이면서 위험이 없던 경우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는 JP모건이 실제로 암호화폐 분야 활동을 확대해 온 흐름과 맞물린다. 이미 JP모건은 자체 예치형 코인과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검토 중이며, 시장을 더 깊이 이해하고 해당 분야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이다.

사실 다이먼 CEO의 시각 변화는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 그는 2017년만 해도 비트코인을 “사기”라며, “공기로 만든 통화로 사업을 할 수 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당시 그는 비트코인을 17세기 튤립 투기 열풍에까지 비유하면서, 암호화폐를 취급한 직원은 해고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듬해에도 그는 비트코인을 “펫 락처럼 쓸모없다”고 평가했고, 불법 활동에 이용된다고 지적하면서도 블록체인에 한정된 관심은 유지한 바 있다.

그의 전향에 결정적 계기가 된 것은 블록체인의 실질적 사업 적용 가능성과 고객들의 요구다. 특히 2024년 1월 다보스 포럼에서조차 그는 “비트코인은 아무 역할도, 본질적 가치도 없다”고 평가했지만, 블록체인 기술의 활용 가능성은 계속 언급해 왔다. 실제로 JP모건은 최근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Coinbase)와 협력해, 올 가을부터 체이스(Chase) 신용카드 사용자가 코인베이스를 통해 디지털 자산을 직접 구매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또한 고객들은 체이스 리워드 포인트를 스테이블코인인 USDC로 교환할 수 있게 된다.

한편, 파이낸셜타임즈는 이달 초, JP모건이 비트코인(BTC)을 담보로 한 대출 상품을 최대한 빠르면 2026년에 출시하기 위해 내부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이는 전통 금융기관이 암호자산을 기반으로 한 금융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도입하는 중대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이먼의 입지 변화는 여전히 논란의 소지가 있으나, 현재 JP모건이 추진 중인 사업 흐름을 고려할 때 이는 시간 문제였을 뿐이라는 해석이 우세하다. 그간 ‘반(反) 크립토’의 아이콘으로 불렸던 기업 총수가 시장의 요구에 발맞춰 유연하게 입장을 바꾸는 모습은, 전통 금융권 내에서도 암호화폐에 대한 인식이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는 방증으로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