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상반기 해킹 피해액 2조 9천억 원…80%는 '심리 조작' 통한 탈취

2025년 상반기에만 전 세계에서 발생한 암호화폐 해킹 피해액이 약 21억 달러(약 2조 9,190억 원)에 달한 가운데, 이 중 80% 이상이 소셜 엔지니어링이나 내부자의 협력에 의해 벌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방식으로 이뤄진 최신 사기 사례에서 피해자는 비트코인(BTC) 783개, 즉 약 9,100만 달러(약 1,264억 원) 상당을 순식간에 잃었다.

이번 사건은 잘 알려진 온체인 분석가 잭엑스비티(ZachXBT)의 보고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그는 해커들이 거래소와 하드웨어 지갑 업체의 고객지원 센터를 사칭해 피해자를 속였다고 밝혔다. 해킹에 사용된 지갑 주소는 프라이버시 보호 기능이 강화된 비트코인 지갑 ‘와사비(Wasabi)’를 통해 이미 자금 세탁을 마친 것으로 확인됐다. 공교롭게도 이 사건은 제네시스 채권자 해킹 사건 1주년 당일에 발생해 충격을 더했다.

ZachXBT는 “이처럼 정교한 사기 수법은 과거 대형 데이터 유출 사건으로 인해 노출된 개인정보가 범죄자들에게 이용되기 때문”이라며, 불특정 다수가 제공한 개인정보가 공격자들에게 ‘신뢰성 있는 연기’를 가능케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 이용자의 질문에 “모든 전화와 이메일을 일단 사기라고 생각하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냉철한 조언을 남겼다.

이러한 신종 해킹 방식은 최근 트렌드이기도 하다. 블록체인 보안 회사 TRM 랩스(TRM Labs)는 2025년 상반기에 보고된 해킹 피해의 대다수가 개인 키 및 시드 구문 유출과 같은 인프라 침해에 기인하며, 이는 대부분 소셜 엔지니어링을 통해 이뤄졌다고 분석했다. 이 시기 해킹 피해 평균 규모는 3,000만 달러(약 417억 원)로, 전년도보다 무려 두 배 커졌다.

TRM 랩스는 특히 2월에 발생한 최대 규모 피싱 사기였던 바이비트 관련 사건을 지목했는데, 이 사건은 북한 국적의 조직으로 추정되는 해커들이 연루되어 있다는 점에서 국가 차원의 위협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 공격은 전체 피해 금액의 약 70%에 해당하는 규모였으며, 이 밖에도 1월, 4월, 5월에 각각 1억 달러(약 1,390억 원)를 넘는 다수의 공격이 이어졌다.

암호화폐 업계를 뒤흔들고 있는 소셜 엔지니어링 해킹은 단순한 피싱을 넘어 공격자가 심리적 신뢰를 조작하는 고도 전략을 구사한다는 점에서 기존 보안설계를 무력화시키고 있다. 해커들은 기술적 허점을 노리기보다 사람의 신뢰를 공격 대상으로 삼는 것이다.

개인 및 기업 보안 관계자들은 이런 유형의 해킹에 대응하기 위해, 고객지원이나 거래소 직원 등 신원을 요구하는 상대와의 소통을 철저히 의심하고, 멀티사인 방식의 콜드월렛, 무차별 데이터 공유 차단 등 다층 방어적 대응책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암호화폐 사용자들이 ‘기술’이 아닌 ‘심리’ 방어에 더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