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버드대 경제학자 케네스 로고프(Kenneth Rogoff)가 비트코인(BTC) 가격 전망 실패를 공식 인정했다. 그는 2018년, 10년 안에 BTC 가격이 10만 달러보다는 100달러에 가까울 것이라 예측했지만, 이 전망은 실제 가격 흐름과는 정반대로 흘렀다. 로고프는 최근 X(구 트위터)를 통해 자신의 예측이 틀렸음을 인정하며, 합리적인 규제 미비, 글로벌 지하경제에서의 비트코인 역할, 그리고 일부 공직자들의 BTC 보유 문제 등을 오판의 원인으로 지목했다.
이번 발언은 지난 8월 14일, 비트코인이 약 12만 4,000달러(약 1억 7,236만 원)라는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직후 나왔다. 이 가격은 당시 구글 시가총액을 일시적으로 넘어설 만큼 눈부신 상승세를 보여준 결과였다. 반면, 로고프는 2018년 CNBC 방송에서 BTC가 "금융 범죄와 탈세 외에는 실질적인 거래 수단으로서의 사용 가치가 없다"고 평가하며, 결국 강력한 규제에 의해 무너질 것이라 전망한 바 있다. 당시 BTC 가격은 약 1만 1,200달러(약 1,557만 원) 수준이었다.
현재 로고프의 예측 실수는 커뮤니티와 전문가들 사이에서 학계와 실제 시장 간 괴리를 상징하는 사례로 회자되고 있다. 분석가 ‘비트 페인(Bit Paine)’은 이를 “고래를 90kg이라고 착각한 해양생물학자의 사례”에 비유하며 비꼬았고, 유명 비트코인 지지자인 로버트 브리드러브(Robert Breedlove)는 “그때나 지금이나 로고프의 의견엔 관심 없다”며 일축했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로고프 개인의 실수보다는 구조적인 문제에 주목했다. 컬럼비아대 강사 오미드 말레칸(Omid Malekan)은 “전통 학계는 기술 이노베이션에 대한 이해가 취약하다”며 ‘혁신의 딜레마’를 지적했고, 제이피모건 출신 금융전문가 오스틴 캠벨(Austin Campbell)은 “기득권에 익숙한 로고프는 비트코인의 진정한 가치를 이해하기에는 부적절한 인물”이라 촌평했다.
경제학자 얀 뷔스텐펠트(Jan Wüstenfeld) 역시, 비트코인이 규제를 피하려는 수단이 아니라 금융 인플레이션과 글로벌 부채 증가에 대한 해법이자 헤지 자산으로 자리잡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편, BTC는 신고가 경신 이후 단기 조정을 맞으며 8월 20일 기준 약 11만 2,639달러(약 1억 5,631만 원)로 하락했다. 최근 일주일간 7.3% 하락했지만, 여전히 전년 대비 86% 상승한 수준이다. 하루 사이 변동폭은 약 112,500~115,000달러(약 1억 5,638만~1억 5,985만 원) 범위에 머물며, 단기적 조정세 속에서도 전반적인 상승 기조는 여전하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