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 토큰화 증권 도입 착수…블록체인 자산 거래 본격화 신호탄

나스닥이 미국 증시 최초로 토큰화 증권을 공식 도입하기 위한 절차에 착수하면서, 블록체인 기술 기반의 자산 거래가 주류 금융시장으로 본격 진입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현지시간 9월 8일, 미국의 벤처 중심 증권거래소인 나스닥은 기존 주식과 상장지수펀드(ETF)를 디지털 자산 형태인 '토큰화 증권'으로도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 개정안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했다. 이는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주식을 디지털 토큰으로 전환, 기존 증권 시스템과 결합시켜 거래를 허용하겠다는 취지다.

토큰화란 기존의 금융자산, 예컨대 예금, 주식, 채권, 부동산 등 실물 혹은 전통적 자산을 블록체인에 기반한 디지털 자산으로 전환하는 것을 의미한다. 자산의 소유권을 블록체인 상에서 투명하게 기록하고, 거래 과정을 자동화할 수 있는 기술로 평가받는다. 나스닥이 도입하려는 토큰화 증권은 단순 디지털화가 아닌, 실제 투자자에게 주주로서의 권리와 배당 등 실질적인 권리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나스닥 측은 이번 제안서를 통해 유럽 일부 거래소가 이미 토큰화된 미국 주식을 다루고 있지만, 이 경우 실질적인 소유권이 제공되지 않아 투자자 보호에 미흡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에 따라 나스닥은 자사가 발행할 토큰화 증권에는 기존 증권과 동일한 권리를 부여하고, 동일한 거래 규칙을 적용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약 이 같은 요건이 충족되지 않는 경우에는 별도의 금융상품으로 분류할 예정이다.

이 같은 구상은 최근 미국 증권당국이 가상자산에 대한 제도 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는 흐름과 맞물린다. SEC는 최근 국가 증권거래소와 대체거래소에서 암호화폐 거래를 허용하는 규정 개정 로드맵을 발표한 바 있다. 주요 글로벌 금융기관도 이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다. 미국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는 이미 토큰화 주식 도입을 위한 신청을 제출했고, 뱅크오브아메리카와 시티그룹 역시 스테이블 코인 등 디지털 자산 발행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토큰화가 가져올 수 있는 긍정적 변화로는 거래 속도 개선, 비용 절감, 거래 투명성 확보 등이 꼽힌다. 나스닥의 탤 코언 사장도 "토큰화와 전통 금융의 결합은 시장의 운영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기회"라고 평가했다. 나스닥은 2026년 3분기 말까지 이러한 토큰 기반 주식 거래가 실제로 가능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완전한 제도 도입까지는 넘어야 할 산도 존재한다. 세계경제포럼은 지난 5월 보고서를 통해 토큰화 증권 시장이 직면한 가장 큰 과제로 2차 시장 유동성 부족과 국제 공통 규범 부재를 들었다. 또, 규제 공백이 발생할 경우 새로운 형태의 금융 리스크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이번 나스닥의 제안은 아직 승인 단계에 있지만, 미국 주요 증시에서 토큰화 증권이 공식적으로 거래되기 위한 첫걸음이라는 점에서 시장에 미치는 의미는 크다. 향후 가상자산과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자산 유통이 본격화되면, 글로벌 금융시장 구조 자체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