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소액결제 해킹에 8천만원 피해…통신·핀테크 경계 무너졌다

KT 가입자를 대상으로 한 해킹 피해가 발생하며, 휴대전화 소액결제의 보안 취약성이 다시 한번 도마에 올랐다. 일부 가입자들은 결제 차단 설정에 늦게 대응하면서 피해를 입었고, 일반 소비자들 사이에서도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지난 8월 27일부터 9월 9일까지 경기남부지역에서만 확인된 피해 건수는 124건, 금액으로는 약 8천60만 원에 달한다. 피의자는 휴대전화 신호를 중계하는 초소형 기지국을 불법으로 설치해, 정상적인 데이터 트래픽을 가로채는 방식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추정된다. 이러한 기지국은 차량 등에 실려 이동이 가능해 피해 지역과 대상의 범위는 더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사건 이후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피해 예방을 위한 정보가 빠르게 공유되고 있다. 기본적인 예방법으로는 소액결제 한도 조정이 권장되며, 보다 확실한 방법으로는 결제를 완전히 불가능하게 만드는 ‘소액결제 원천 차단’이 꼽힌다. KT의 경우 오는 9월 17일부터 이런 차단 서비스를 온라인 가입자 페이지에서도 직접 신청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원천 차단은 추후 결제 기능을 다시 설정할 수 없기 때문에, 정책적으로 예외적 해제 가능성이 제기되기는 했지만, 아직 이 부분은 확정되지 않았다. 특히 소액결제를 통해 자동결제를 이미 등록해둔 경우에는 사전에 해당 서비스를 다른 결제 수단으로 변경하지 않으면 갑작스러운 서비스 이용 중단 등의 혼란이 생길 수 있다는 점도 주의할 필요가 있다.

일부 이용자들은 소액결제 기능을 포기할 수 없거나 실질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보안 단계를 높이는 것이 그나마 현실적인 대안이다. 예를 들어 결제 내역을 정기적으로 확인하는 동시에, 결제 시 별도의 비밀번호를 설정하거나 생체 인증(지문·안면인식)을 활용하는 방식이 있다. 하지만 주의할 점은, 이번 해킹 피해자들 중 일부는 이미 ARS 인증까지 거쳤음에도 불구하고 결제가 진행됐다는 점이다. 이는 기존 보안체계만으론 완벽한 방어가 어렵다는 점을 시사한다.

한편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은 이번 피해 이슈를 악용한 문자메시지 피싱(스미싱)에 대한 경고도 내놓았다. ‘환불’이나 ‘보상’을 빌미로 이용자들의 개인정보를 요구하거나 악성 앱 설치를 유도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칭 문자나 전화에 승인번호를 입력해주는 식의 대응은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이같은 개인정보 유출과 금전 피해를 막기 위해선 신뢰할 수 있는 기관을 통해 확인된 통로만 이용하고, 출처 불명의 문자 링크는 클릭하지 않는 기본적인 대응 수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당분간은 상황 추이를 지켜보면서도 개별 이용자의 보안 인식이 더욱 강화될 필요가 있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기술 해킹을 넘어, 소비자 금융 환경의 사각지대를 짚은 사례로 볼 수 있다. 향후 통신사뿐만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도 관련 제도 정비와 보안 시스템 보완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통신을 매개로 한 디지털 금융 범죄가 날로 정교해지는 가운데, 소비자 스스로가 보안의 최종 방어선이라는 인식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