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초의 현물 리플(XRP) 및 도지코인(DOGE) 상장지수펀드(ETF)가 시장 데뷔와 동시에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며 업계 기대치를 훌쩍 뛰어넘었다. REX 셰어즈와 오스프리 펀드가 공동으로 출시한 해당 ETF는 9월 18일 미국 Cboe BZX 거래소에 상장됐으며, 출시 첫날부터 기록적인 거래량을 기록했다.

리플을 추종하는 ‘REX-Osprey XRP ETF’(XRPR)는 상장 후 불과 1시간 30분 동안 약 2400만 달러(약 334억 원) 규모의 거래를 달성하며 전문가들의 예상을 압도했다. 블룸버그 ETF 애널리스트 에릭 발추나스는 이 수치가 기존 리플 선물 ETF의 첫날 성과보다 최대 5배 이상 높다고 평가했다.

도지코인을 기반으로 한 ‘REX-Osprey DOGE ETF’(DOJE)도 마찬가지로 강한 출발을 보였다. 발추나스는 당초 하루 250만 달러(약 35억 원) 수준의 거래량을 예상했으나, 실제로는 첫 한 시간 만에 약 600만 달러(약 83억 원)에 달하는 매매가 이뤄져 그는 이를 "충격적으로 강력한 성과"라고 평했다. 일반적으로 신규 ETF가 상장 첫날 100만 달러(약 14억 원)도 넘기기 어려운 점을 감안하면, 이 건은 매우 이례적이다.

운용사 오스프리 펀드의 그렉 킹 최고경영자(CEO)는 이를 두고 “디지털 자산 혁명이 이미 진행 중이며, ETF는 거래와 투자 진입을 위한 수단으로 인식되고 있다”며 “미국 투자자 보호 체계를 갖춘 1940년 법률 기반의 ETF 틀 내에서 인지도 높은 암호화폐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게 돼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이번 ETF들은 대부분의 암호화폐 ETF와 달리 ‘투자회사법(Investment Company Act) 1940’ 하에 신청됐다. 이는 투자자 보호를 강화하고 시장 조작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마련된 제도적 장치이며, ETF 규제의 새로운 표준이 될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해당 ETF들은 미국 내에서 직접 리플이나 도지코인을 보유하는 현물형 구조를 취하며, 법적 안정성과 투명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이번에 상장된 XRP ETF는 앞서 6월에 출시된 솔라나(SOL) 스테이킹 ETF와 비슷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 당시 솔라나 ETF는 미국 최초의 SOL 추종 상품 및 스테이킹 보상을 제공하는 ETF로 주목받았다.

한편,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 18일에 그레이스케일의 ‘디지털 대형주 펀드’(GDLC)에 대해 거래소 상장을 정식 승인했다. 이는 코인데스크 대형주 지수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다자산형 암호화폐 ETF로, 최근까지 보류되었던 출시가 결국 허가되며 ETF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미국 내 ETF 발행 절차 간소화 조치와 맞물려, 향후 더 많은 현물형 ETF 출시에 탄력을 줄 전망이다. 발추나스를 비롯한 다수의 전문가는 이러한 흐름이 암호화폐 시장 저변 확대와 제도권 편입을 가속화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