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더리움(ETH) 초기 투자자가 3년간의 침묵을 깨고 약 127억 7,000만 원 상당의 수익 실현에 나섰다. 이번 매도는 전체 보유분 가운데 절반도 안 되는 2,086 ETH를 스테이블코인으로 전환한 것으로, 현 시점의 시장가를 수익 실현 타이밍으로 판단했다는 분석이다.
이 투자자는 최근 코워(CoW) 프로토콜을 통해 DAI, USDC, RLUSD 등 주요 스테이블코인과 맞바꾸며 948만 달러(약 127억 7,000만 원) 규모의 ETH를 청산했다. 이 지갑은 최소 3년 이상 움직이지 않았던 고래 주소로, 시장에서는 이른바 '이더리움 OG(오리지널)'로 꼽힌다. 그러나 이번 거래는 이탈이 아닌 ‘차익 실현’ 성격이 짙다. 실제 이 지갑에는 여전히 2,779 ETH가 남아 있으며, 이는 약 1,752만 달러(약 243억 9,000만 원)에 달한다.
시장에서는 최근 ETH가 4,544달러(약 631만 원) 수준에서 횡보하는 가운데, 고점 부근에서의 매도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ETH는 올해 새로운 신고가를 기록한 뒤 4,600~4,700달러 구간에서 강한 저항을 맞고 있다. 이에 따라 수개월 혹은 수년간 보유해온 투자자들이 이 수준에서 일부 차익을 확보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같은 행보는 불과 며칠 전, 2017년으로 추정되는 다른 고래 주소가 거래소로 8,310 ETH를 이동 시킨 사례와도 맞물린다. 당시 해당 주소는 평균 매입가 181달러(약 25만 원)로 추산됐고, 총 1,400% 이상의 수익률을 거둔 것으로 분석됐다. 이 고래 역시 32만 9,000만 달러(약 456억 3,000만 원)에 육박하는 차익을 확보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장기 보유자들이 ETH가 박스권 상단에 근접한 현 시점에서 안전마진을 확보하며, 향후 추가 상승에도 대비한 이중 전략을 취하고 있는 셈이다. ETH의 향방은 여전히 불확실하지만, 3년 전 진입한 고래들에겐 지금이 충분한 ‘수익 실현 구간’이라는 판단이 분명히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