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정부가 자금 지원 법안 통과 실패로 셧다운에 돌입했지만, 암호화폐 시장은 눈에 띄는 반응 없이 조용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급작스러운 정치적 이벤트에도 디지털 자산의 시세는 안정세를 유지하며 시장의 내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이번 셧다운은 공화당과 민주당이 각각 제출한 예산안이 상원에서 모두 부결되면서, 현지시각 10월 1일 0시 1분부로 연방정부의 기능이 일부 중단된 데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비필수 연방 공무원들은 무급휴직에 들어갔고, 주요 부처는 긴급 서비스를 제외한 상당수 운영을 멈췄다.

그럼에도 비트코인(BTC)을 비롯한 주요 암호화폐는 시장 전반에 큰 충격 없이 가격대를 유지했다. 비트코인은 1일 아시아 장 기준 11만 4,700달러(약 1억 5,925만 원)의 고점을 찍은 뒤 소폭 하락세를 보였고, 이더리움(ETH) 또한 4,200달러(약 584만 원) 선을 잠시 회복한 후 4,140달러(약 576만 원)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대부분의 알트코인들은 경미한 조정을 받는 모습이나, 이는 일상적인 변동폭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처럼 암호화폐 시장이 극적인 외부 변수에도 요동치지 않은 것은, 성숙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2018년 셧다운 당시와 달리, 현재 시장은 뚜렷한 상승 사이클에 있으며, 이전보다 구조적 안정성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특히 암호화폐 투자자들은 미 연준의 정책 방향성 등 거시적 흐름에 더 집중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이번 셧다운은 단기간 내 해결될 가능성이 작아 시장 전반의 불확실성을 키울 수 있다. 민주당은 메디케이드 삭감과 건강보험 세액공제 개혁을 둘러싼 문제가 핵심 쟁점이라고 밝혔고, 공화당은 민주당의 양보 부족을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부통령인 JD 밴스(JD Vance)는 "민주당이 타협하지 않기 때문에 결국 셧다운으로 가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로 인해 노동지표와 물가 상승률 등 경제 핵심 통계 발표가 중단될 가능성이 커졌다. 연방정부 통계 기능이 정지되면 미국 연준 또한 정책 판단에 필요한 데이터를 확보하지 못해 당분간 '눈 가리고 운전'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한편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금 가격은 강세를 이어가며 온스당 3,870달러(약 537만 원)로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반면 미국 달러는 주요 통화 대비 약세 흐름을 보이며 올해 누적 기준 12% 가까이 하락했다. 달러가치 하락은 암호화폐 등 대체 자산에선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익명의 리서처 ‘Hunt’는 “비트코인이나 알트코인은 고변동 자산이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셧다운에 민감할 수 있지만, 연준이 이를 계기로 완화적으로 돌아선다면 오히려 향후 투자심리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셧다운은 1977년 이후 21번째이며, 가장 최근의 셧다운은 트럼프 대통령 집권 시기인 2018년 말에 발생해 35일 동안 이어졌다. 이는 당시 '크립토 겨울' 한복판에서 시장에 큰 타격을 안겼던 사례로 남아 있다. 그러나 이번 사태에 대한 시장의 무반응은 암호화폐 생태계가 보다 성숙한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방증하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