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시장은 정보의 홍수 속에서 길을 잃기 쉽다. 수많은 백서와 복잡한 토크노믹스, 끊임없는 소셜미디어 소음까지. 투자자에게 진짜 어려운 일은 정보를 찾는 것이 아니라, 어떤 정보가 의미 있는지 가려내는 것이다. 이 지점에서 구글의 생성형 AI '제미니(Gemini)'가 투자자들의 분석 보조 도구로 주목받고 있다.

제미니는 가격 예측이나 재무 상담이 아닌, 데이터를 정리하고 텍스트를 분석하는 리서치 도우미로 설계됐다. 따라서 투자자의 품질 높은 분석 결과는 질문이 얼마나 구체적이고 구조화되어 있는지에 달려 있다. 반복 가능한 리서치 워크플로우는 프로젝트의 핵심 구조 해체, 경제 모델 분석, 경쟁 구도 정리 등의 단계를 포함한다. AI의 답변만으로 판단하지 말고, 공식 웹사이트나 백서, 블록체인 익스플로러 등 신뢰할 수 있는 1차 정보원에서 반드시 사실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투자 분야에서 제미니는 대량의 정보를 처리해 더 고차원적인 사고와 분석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인간의 판단을 대체하기보다 보조하는 역할에 충실한 만큼, 이를 제대로 다룰 줄 아는 사용자는 정보 과잉이라는 문제를 전략적 기회로 바꿀 수 있다.

하지만 제미니는 실시간 가격 피드나 투자 조언 기능은 가지고 있지 않다. 분석과 통찰력 도출엔 강하지만, 결과 예측이나 정답 제공에는 취약하다는 점을 명확히 인지할 필요가 있다.

효율적인 리서치를 위해선 단순한 질문보다는 구조화된 명령문을 활용해야 한다. 예를 들어 “블록체인 수석 엔지니어처럼 행동하세요”나 “탈중앙화 금융 전문 벤처캐피탈 애널리스트 역할을 해주세요” 같은 지시문은 제미니로 하여금 보다 특정 분야의 전문성을 시뮬레이션하도록 유도한다. 뿐만 아니라, “마크다운 형식의 비교표를 만들어 주세요”나 “이 프로젝트에 대한 SWOT 분석을 작성하세요”처럼 성과물을 명확하게 지시하면 분석 내용이 더욱 명료해진다. 이처럼 제미니와의 대화는 단발이 아닌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상호작용으로 발전시킬수록 더 깊이 있는 이해를 끌어낼 수 있다.

리서치는 보통 프로젝트의 근본적인 설계부터 파악하는 데서 시작한다. 핵심 기술 구조뿐 아니라, 토큰이 작동하는 경제 논리, 개발팀의 전문성과 운영 이력 등이 모두 분석의 대상이다. 이를테면 솔라나(SOL) 같은 레이어-1 블록체인의 경우, 제미니에 다음과 같이 요청할 수 있다. “블록체인 엔지니어처럼 행동해주세요. 솔라나의 백서를 5개의 간결한 항목으로 요약하되, Proof of History와 Proof of Stake의 결합 구조에 중점을 둬 설명해주세요. 일반적인 모놀리식 블록체인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도 포함해주세요.” 이처럼 질문은 구체적일수록 결과는 정교해진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 이후 미국 정부의 암호화폐 규제 방식을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는 현재, 정치·규제 환경을 읽는 능력도 중요해졌다. 따라서 단순한 기술 분석을 넘어서 거시적 시각의 정보 활용까지 도와주는 도구로서 제미니는 분명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

결국, 제미니는 암호화폐 투자자에게 하나의 가능성의 툴킷이다. 성공적인 활용법은 얼마나 정확한 질문을 던지고, AI와 함께 전략을 설계해 나가는가에 달려 있다. AI는 정보를 요약하지만, 판단은 여전히 인간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