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 시장이 새로운 한 주를 시작하자마자, 디파이(DeFi) 프로토콜 밸런서(Balancer)가 무려 1억 2,860만 달러(약 1,286억 원) 규모의 해킹 피해를 입었다. 이 같은 사고가 발생하자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 등 주요 코인이 하락하고, XRP의 기술 지표마저 하방을 시사하면서 시장 전반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3월 11일(현지시간) 밸런서는 트레저리 지갑들이 여러 체인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털리는 공격을 당했다고 밝혔다. 보안업체 펙실드(PeckShield)는 '멀티체인 동시 공격'이라 규정하며, 범인이 이더리움 메인넷과 아비트럼, 옵티미즘, 폴리곤 등에서 1억 달러(약 1,000억 원)가 넘는 자산을 훔쳐갔다고 분석했다. 특히 탈취된 자산에는 래핑된 이더리움(WETH) 6,587개(2,446만 달러·약 245억 원), osETH 6,851개(2,686만 달러·약 269억 원), wstETH 4,260개(1,927만 달러·약 193억 원)가 포함됐다.

이 외에도 아비트럼과 베라체인, BASE, SONIC 등 다양한 블록체인에서 약 6,000만 달러(약 600억 원) 이상의 피해가 추가로 발생했다. 펙실드 측은 이 공격이 하나의 관리자 키가 노출됐거나, 여러 체인에서 재사용된 계약서의 취약점을 노린 정교한 수법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밸런서는 지난 2023년에 이어 또다시 대형 해킹을 당하면서, 디파이 생태계 전반의 신뢰도에도 심각한 타격을 줬다. 데이터 집계 사이트 디파이라마(DeFiLlama)에 따르면, 이번 해킹으로 밸런서 생태계에서는 수 시간 만에 약 4억 달러(약 4,000억 원) 규모의 TVL(총 예치 자산)이 빠져나갔다. 2025년 들어 발생한 전체 디파이 해킹 피해액은 이번 사고를 포함해 28억 달러(약 2조 8,000억 원)를 넘어섰다.

한편 XRP의 기술적 분석도 낙관을 허락하지 않았다. 이번 주 XRP는 전날 대비 4.9% 하락한 2.40달러(약 2,400원)로 마감했다. 볼린저 밴드 분석에 따르면, XRP는 현재 일간 미드밴드(2.47달러)와 주간 미드밴드(2.81달러) 아래를 지속해서 밟고 있는 중이다. 기술 분석가들은 2.10달러 부근을 다음 주요 지지선으로 보고 있으며, 거래량이 2.90달러 이상으로 회복되지 않는다면 XRP의 3달러 재돌파는 요원하다고 진단했다.

비트코인에 대한 시각은 전문가 사이에서도 엇갈렸지만, 월스트리트 베테랑인 조르디 비서(Jordi Visser)는 긍정적인 해석을 내놨다. 그는 "비트코인은 현재 'IPO 분배 국면'에 진입했다"며, 초기 투자자의 물량 정리와 신규 기관투자자 유입이 맞물리면서 횡보 구간을 형성하고 있다고 봤다. 이는 비트코인이 과거처럼 급등락이 심한 자산이 아니라, 점차 제도권 자산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음을 방증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과거 80% 급락은 추억이 되었고, 이제는 3배 정도 상승하면 성공적인 사이클"이라 덧붙였다.

현재 비트코인은 10만 7,000달러(약 1억 700만 원)선에서 거래되며, 기술적 중요 지지선인 10만 5,000달러를 시험하는 중이다. 미국의 생산자물가지수(PPI)와 비농업고용지표(NFP) 등이 발표되는 이번 주 금요일까지, 시장은 디파이 유출 속도를 주시하며 조심스러운 모습을 이어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