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최근 발간한 ‘스테이블코인 백서’에서 스테이블코인 발행 방식으로 은행 중심 모델을 제시하며, 그 근거로 미국 정부의 정책 사례를 들었는데, 그 참고 대상이 트럼프 정부가 아닌 바이든 정부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현재 글로벌 금융 당국의 규제 동향과 보편적 안전성 기준을 반영한 조치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지난 10월 27일 발표한 백서를 통해 바람직한 스테이블코인 도입 방안으로 ‘은행 중심 도입’을 최우선 고려사항으로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높은 규제 수준과 예금자 보호 장치를 갖춘 은행(부보 예금기관)을 중심으로 스테이블코인을 발행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는 기존 암호화폐가 자산 보호 및 자금세탁 방지 측면에서 제도권 금융보다 취약하다는 비판을 반영한 것이다.

특히 한은이 이처럼 규제를 중시하는 이유는, 스테이블코인이 실물 경제에 미치게 될 영향력 때문이다.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통화(예: 원화, 달러)에 가치를 연동해 가격이 거의 변동하지 않도록 설계된 암호화폐로, 결제 수단으로도 활용 가능하다는 점에서 각국 중앙은행이 민감하게 대응해 왔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와 유럽중앙은행 등도 민간이 발행하는 스테이블코인이 금융안정에 위협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지속적으로 표명해왔다.

이번 한은 백서에서 언급된 정책 사례는 트럼프 행정부 시절보다 앞선 바이든 행정부 당시 금융안전망 강화를 위해 논의된 방안을 토대로 한 것이다. 트럼프 정부는 암호자산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는 쪽에 가까웠지만, 바이든 정부는 전반적으로 접근 심사를 강화하고, 발행 주체에 대한 자격 요건을 엄격히 적용하는 방식으로 방향을 정리해왔다. 한은은 이런 점에서 은행이 발행 주체가 되어야 안정성과 책임이 확보된다는 입장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향후 한국에서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 안으로 편입하려는 논의가 본격화될 경우, 사용자의 자산 안전성, 금융시장의 안정, 감독기관의 관리 용이성 측면에서 ‘은행 기반’ 모델이 기본 구도로 채택될 가능성이 커졌다. 이는 동시에 민간 기업이나 핀테크 업체들이 중심 역할을 하던 기존 암호화폐 생태계와는 다른 방향이 될 수 있어 업계의 적지 않은 반발도 예상된다.

이 같은 흐름은 디지털 화폐 도입이나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정책과도 맞물려, 향후 금융시장 구조에 구조적 전환을 불러올 수 있다. 특히 소비자 보호와 금융 안정성을 중시하는 정책기조 하에서, 제도권 금융기관의 역할 확대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