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 법원이 프라이버시 중심 비트코인 지갑 ‘사무라이 월렛(Samourai Wallet)’의 공동 설립자 키온 로드리게스(Keonne Rodriguez)에게 징역 5년형을 선고하면서, 암호화폐 생태계에서 프라이버시와 범죄 방지 사이의 균형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붙었다.
로드리게스는 라이선스 없이 자금 송금 서비스를 운영한 공모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다. 이는 해당 혐의에 대해 법적으로 가능한 최고 형량이다. 법원을 담당한 미국 지방법원 데니스 콧(Denise Cote) 판사는 로드리게스가 암호화폐 믹서 기술을 통해 ‘도난 자금의 추적을 어렵게 만들었으며, 타고난 재능을 사기 행위에 썼다’고 질타했다.
사무라이 월렛은 사용자 트랜잭션을 섞어 추적을 어렵게 만드는 암호화폐 믹서 서비스다. 이는 프라이버시 지향적 기능이지만, 불법 자금 세탁에 악용될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법 집행 당국과 규제 기관의 비판을 받아왔다.
이 사건은 X(구 트위터) 등 커뮤니티에서 즉각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크립토 초기 투자자인 카일 샤세(Kyle Chassé)는 “프라이버시가 범죄처럼 취급되는 시대가 됐다”며 “사무라이 월렛은 단지 익명 전송이라는 기능을 제공했을 뿐 명백한 범죄 도구는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개인이 감시 없이 거래하고 개발할 권리를 지키지 못한다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와 사회 신용 시스템에 의해 통제되는 미래가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로드리게스 측 변호인은 피고가 초범이며, 가족을 중시하는 성실한 인물로서, 원래는 합법적인 프라이버시 보호 서비스를 만들고자 했다고 호소했다. 일부 이용자가 불법 자금을 믹싱에 사용한 것을 인지한 후에도 플랫폼 운영을 지속한 행위를 깊이 후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로드리게스는 법정에서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밝혔다.
로드리게스는 공동 창업자 윌리엄 힐(William Hill)과 함께 총 2억 3,700만 달러(약 3,170억 원)를 몰수하고, 40만 달러(약 5억 3,200만 원)의 벌금을 부과받기로 합의한 상태다. 힐에 대한 최종 선고는 오는 11월 19일로 예정돼 있다. 한편, 유사한 믹서 서비스인 토네이도 캐시(Tornado Cash)의 공동 창업자 로만 스톰(Roman Storm)도 유사한 혐의로 재판을 기다리고 있으며, 최대 징역 5년형에 처할 수 있다.
이번 판결은 프라이버시 강화 기술 개발에 나서는 블록체인 개발자들이 향후 어떤 법적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업계 전반에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킬 전망이다. 프라이버시는 인권인가, 아니면 범죄의 도구인가라는 질문은 여전히 암호화폐 업계의 근본적 과제로 남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