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SK hynix·SKHY)가 인공지능(AI) 메모리 수요에 대응해 국내 생산 거점을 용인·청주·서남권으로 넓히는 1100조원 규모 중장기 투자전략을 내놨다. 용인 600조원, 청주 100조원, 서남권 400조원을 단계적으로 투입하는 구상이다.
SK하이닉스는 6월 29일 회사 자료에서 이 같은 투자 계획을 공개했다. CNBC가 전한 7200억 달러(약 1020조원)는 1100조원 계획을 달러로 환산한 표현으로 보이나, 회사가 제시한 공식 기준 금액은 원화 1100조원이다.
투자의 중심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다. SK하이닉스는 용인 클러스터 목표 일정을 기존 2045년에서 2033년으로 앞당겼다. 다만 2033년은 전체 완공이 아니라 네 번째 팹의 첫 클린룸 완공 기준이며, 전체 600조원 집행은 그 이후에도 이어진다.
용인 1차 팹에는 별도 추가 투자도 붙었다. 회사는 2월 25일 용인 1차 팹에 21조6000억원을 추가 투입하고 1차 클린룸 개방 시점을 2027년 2월로 앞당기겠다고 밝혔다. AI, 데이터센터, 고성능컴퓨팅 수요 증가에 맞춰 생산 여력을 먼저 확보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청주는 낸드와 첨단패키징 축을 맡는다. SK하이닉스는 7월 2일 청주에 100조원을 투자해 M17 낸드 팹과 P&T7 첨단패키징 시설을 구축한다고 발표했다. 7월 22일 공시 기준 P&T7 투자액은 7조931억원으로 증액됐고, 공시는 클린룸 개방 일정 가속을 반영했다고 적었다.
서남권에는 400조원이 배정됐다. SK하이닉스는 서남권을 용인 이후의 새 생산기지로 제시했다. 회사 자료에는 대규모 부지와 전력, 용수 인프라가 필요하다는 설명이 담겼다.
국내 정책 구상도 같은 흐름에 놓여 있다. 대통령실 카드뉴스는 서남권 첨단산업 비전과 관련해 SK 470조원, 삼성 425조원, Amkor 1조원 등 총 896조원 규모 투자 구상을 제시했다. 반도체 클러스터는 기업 투자뿐 아니라 부지, 전력망, 용수, 인허가 속도가 함께 맞물려야 하는 사업이다.
기술 배경은 HBM이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쌓아 데이터 처리 속도와 대역폭을 높인 고성능 메모리다. AI 서버와 고성능 연산 장비에서는 그래픽처리장치(GPU) 성능만큼 메모리 병목을 줄이는 일이 중요해졌다.
SK하이닉스는 6월 7일 엔비디아(Nvidia·NVDA)와 다년 기술 협력을 발표했다. 협력 대상에는 베라 루빈, 베라 CPU, RTX Spark, Jetson Thor용 메모리 공동 개발이 포함됐다. 회사는 6월 18일 12단 HBM4E 샘플을 주요 고객사에 보냈다고 밝혔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Counterpoint Research)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글로벌 HBM 매출 점유율은 SK하이닉스 58%, 삼성전자 21%, 마이크론 21%로 집계됐다. SK하이닉스의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에는 IDC 기준 56.4%가 적혀 있다. 기관별 집계 방식은 다르지만 SK하이닉스가 HBM 시장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같다.
자금 조달도 증설 흐름과 맞물린다. SK하이닉스는 7월 미국 ADR 상장 과정에서 265억710만 달러(약 37조6000억원)를 조달했다. SEC 공시는 실제 발행액을 39조8905억원으로 적었는데, 이는 공시에 적용된 당시 환율과 13일 기준 환율이 다른 데서 생긴 차이다.
국내 증시에서도 AI 메모리 관련 종목의 움직임은 이어지고 있다. AP통신은 8월 13일 코스피가 3.6% 올랐고 삼성전자는 4.9%, SK하이닉스는 9% 상승했다고 전했다. 본지도 앞서 AI 메모리주 반등 흐름을 보도한 바 있다.
다만 대규모 증설이 곧바로 수익성 개선을 뜻하지는 않는다. 공개 분석에서는 AI 인프라 투자가 메모리 수요를 계속 밀어올릴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반도체 사이클 둔화와 과잉공급 가능성을 경계하는 시각도 함께 나온다. AI 인프라의 부담이 연산 성능에서 메모리 용량과 대역폭, 데이터 이동 구조로 확산되는 가운데 HBM 투자는 메모리 업계의 핵심 경쟁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번 계획은 암호화폐 채굴 장비나 블록체인 네트워크의 직접 수급 재료라기보다 AI 데이터센터와 디지털 인프라 투자 흐름에 가까운 사안이다. 고성능 메모리 공급망이 클라우드 비용과 데이터센터 증설 속도에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특정 AI 관련 토큰의 가격 재료로 제시된 내용은 없다.
SK하이닉스의 용인 1차 클린룸 개방 목표는 2027년 2월이며, 용인 네 번째 팹의 첫 클린룸 완공 목표는 2033년이다. 청주 P&T7 투자와 서남권 생산기지 구상은 각각 공시와 회사 발표를 통해 단계적으로 구체화될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