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가 개발을 주도한 ‘홍채 인증’ 기반 가상화폐 프로젝트 월드코인이 금융 서비스와 채팅, 인증 기능 등을 잇따라 도입하며 하나의 통합 플랫폼으로 확장에 나섰다. 기술의 발달로 인공지능과 인간을 구별하기 어려워진 환경에서, 인간 인증을 바탕으로 한 디지털 생태계를 본격 조성하겠다는 구상이다.
월드코인의 운영사인 툴스포휴머니티(TFH)는 12월 11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언랩드(Unwrapped)’ 행사에서 주요 기능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월드 앱 이용자들은 미국 달러 기반의 스테이블코인을 바탕으로 한 가상계좌를 개설할 수 있게 된다. 이 계좌는 홍채인식을 통해 인간임이 인증된 경우에만 발급되며, 송금과 환전을 수수료 없이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한국을 포함한 각국 이용자들이 사용할 수 있지만, 계좌 통화는 달러화로 제한된다.
TFH는 향후 결제 기능도 강화할 방침이다. 비자카드와 협력해 '월드 카드'를 출시하고, 이를 통해 오프라인 매장이나 온라인 쇼핑 등에서 결제가 가능한 구조를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이미 아르헨티나에서는 QR코드를 활용한 결제 기능이 운용 중이다. 이 같은 행보는 단순 가상자산 지갑을 넘어 디지털 금융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채팅 기능도 새롭게 추가됐다. 월드 앱 내 채팅은 사용자 인증 여부에 따라 대화창 색상이 달라지는 방식을 채택했는데, 인간으로 인증된 사용자는 파란색 말풍선, 미인증 사용자는 회색으로 구분된다. 이를 통해 스팸 메시지나 인공지능 봇 이용을 차단하고 신뢰 기반의 커뮤니케이션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취지다. 채팅은 종단간 암호화(E2EE) 보안 시스템으로 보호되며, 대화창에서 송금이나 선물 전송까지 가능하다.
인증 기술도 외부에 개방된다. 정부 발행 신분증이나 여권 없이도, 홍채인식을 통해 본인 확인과 연령 인증을 가능하게 하는 기능이 타 플랫폼에서도 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실제로 데이팅 앱인 틴더에서는 이 시스템을 이용해 인간 인증을 완료한 사용자끼리 매칭시키는 시연도 진행됐다. 여기에 더해 월드 앱은 인간 인증을 받은 사용자만 참여할 수 있는 여론조사나 사은혜택 제공용 미니 앱도 운영하며, 관련 서비스 개발자에게는 보상도 제공된다.
월드 앱은 현재 전 세계적으로 약 3천700만 명의 이용자를 확보하고 있으며, 이 중 1천700만 명이 인증을 완료한 상태다. 이는 약 7개월 전과 비교해 각각 40% 이상 증가한 수치다. TFH 측은 이를 바탕으로 월드 앱이 월간 활성 이용자 기준으로 세계 1위 지갑으로 부상했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변화는 인공지능이 일상 깊숙이 파고든 시대에 인간 인증 체계를 중심으로 새로운 디지털 질서를 구축하려는 시도다. 향후 월드코인의 생태계가 확장되면, 인증 기반의 안전한 디지털 플랫폼이라는 점을 무기로 다양한 산업군과의 연계 가능성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