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이그 라이트(Craig Wright) 호주 컴퓨터과학자가 비트코인(BTC) 프로토콜 규칙을 개발자·채굴자·거래소·재단·기업 그 누구도 자기 이익을 위해 다시 쓸 수 없도록 영구히 고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라이트는 스스로 비트코인 창시자 사토시 나카모토(Satoshi Nakamoto)라고 밝혀 온 인물이다. 그는 "프로토콜은 어떤 개발자·채굴자·거래소·재단·기업도 자기 이익을 위해 규칙을 다시 쓸 수 없도록 고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규칙이 수시로 바뀌면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가 기업 투자를 훼손할 수 있어, 혁신은 프로토콜이 아니라 그 위에 얹히는 애플리케이션 계층에서만 이뤄져야 한다는 논리로 풀이된다. 미국 암호화폐 매체 U.Today는 그가 이 같은 입장을 다시 내놓았다고 2일 전했다.
그는 이 원칙에 두 가지 논리를 더했다. △안정적인 규칙이 공평한 경쟁 환경을 만들어 향후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가 기업 투자를 훼손할 걱정 없이 이뤄지게 한다는 것 △소수 개발자에 의한 사실상의 거버넌스를 받아들이면서 동시에 네트워크가 탈중앙화됐다고 말하는 것은 모순이라는 것이다. 그는 거래 용량 제한과 합의 규칙 변경, 반대 의견 배제가 비트코인의 원래 설계에 반한다고도 지적했다.
그가 말하는 탈중앙화는 이해관계자들이 모여 미래 방향을 집단적으로 결정하는 데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누구도 프로토콜 규칙을 임의로 바꾸지 못하도록 막는 데서 나온다는 게 그의 논리다.
라이트는 비트코인을 둘러싼 마케팅 서사가 시기별로 옮겨 다녔다고도 짚었다. 초기 '전자화폐'에서 '디지털 금'으로, 다시 '가치 저장 수단'을 거쳐 최근에는 '세대 간 부(generational wealth)'라는 표현으로 바뀌어 왔다는 것이다. 그는 조 단위로 불어난 자산이 초창기와 같은 기하급수적 수익률을 낼 수는 없다며, 시가총액 자체를 실현 가능한 부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대규모 매도는 가격을 크게 끌어내리기 때문에 모든 보유자가 표시된 평가액 그대로 현금화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번 발언은 새로운 사건이나 수치 변화 없이, 라이트가 그동안 견지해 온 프로토콜 고정론을 재확인한 성격이 짙다. 프로토콜을 손대지 말고 응용 계층에서만 경쟁하자는 그의 주장은 비트코인 진영에서 오래 이어져 온 '규칙 불변 대 개발자 주도 업그레이드' 논쟁의 연장선에 있다. 다만 그가 내세우는 사토시 나카모토 정체성은 U.Today를 포함한 외부 매체에서도 여전히 자칭으로만 다뤄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