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올해 6월 1561원에서 두 달 만에 1407원까지 154원 하락하면서 1400원 초반대를 균형환율로 볼 수 있는지를 두고 시장의 판단이 엇갈리고 있다.
연합인포맥스는 12일 김학성 기자의 현장 칼럼에서 최근 한 달여 동안 환율이 150원 가까이 내렸다고 전했다. 경제 변수와 지정학적 위험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외환시장의 특성상 현재 수준을 고정된 적정가치로 단정하기 어렵다는 내용이다.
올해 환율은 6월 1561원까지 치솟은 뒤 8월 1407원까지 밀렸다. 시장에서 예상하기 어려웠던 상승과 하락이 두 달 사이 연이어 나타난 셈이다.
앞서 원·달러 환율은 중동발 긴장 완화와 외국인 주식 순매도 등이 맞물리며 1430원 안팎에서 등락했다. 이후 1400원 초반대까지 내려오면서 단기 방향보다 현 수준의 적정성을 둘러싼 논쟁이 부각됐다.
2025년 4월 국제결제은행(BIS) 조사에 따르면 글로벌 외환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량은 9조6000억 달러(약 1경3565조원)에 달했다. 방대한 거래 규모에 금리와 물가, 자금 수급, 지정학적 위험이 동시에 반영되기 때문에 특정 지표 하나만으로 환율의 방향을 설명하기는 어렵다.
균형환율은 경제 여건과 외환 수급을 고려할 때 통화가 지나치게 높거나 낮게 평가되지 않았다고 보는 대략적인 수준이다. 하나의 고정된 숫자라기보다 금리차와 달러화 흐름, 물가, 교역 구조에 따라 달라지는 판단 기준에 가깝다.
KB국민은행은 보고서에서 달러화 지수와 한미 금리차, 구조적 수급을 반영해 자체 추산한 적정환율을 1420원대로 제시했다. 1400원 초반대의 현재 환율이 적정환율에 가까워졌다는 시각이다.
한국은행은 다른 판단을 내놨다.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는 기자간담회에서 “수입물가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하면 현재 환율이 여전히 높다”고 말했다.
유 부총재는 우리 경제의 기초체력이 점차 반영되면 중장기적으로 환율이 추가로 하락할 여지가 있다고 봤다. 명목 환율이 1400원 초반대로 내려왔더라도 물가와 경제 여건을 함께 고려하면 원화 가치가 충분히 회복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실질실효환율도 이런 판단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제시됐다. 실질실효환율은 교역 상대국과의 물가 차이와 통화 가치 변화를 반영해 한 나라 통화의 실질 구매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원화의 실질실효환율은 2021년 8월 이후 기준선인 100을 밑돌고 있다. 조사 대상 64개국 가운데 일본에 이어 두 번째로 낮은 상태도 수개월째 이어졌다.
실질실효환율이 기준선을 밑돈다는 것은 기준연도인 2020년과 비교해 원화의 실질 가치가 낮아졌다는 뜻이다. 명목 환율만 보면 1400원대가 익숙해졌지만 교역 상대국의 통화와 물가까지 반영하면 원화가 여전히 낮게 평가됐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환율 수준을 둘러싼 판단 차이는 기준으로 삼는 변수에서 비롯된다. KB국민은행은 달러화 지수와 금리차, 구조적 수급을 토대로 시장의 적정 수준을 추산했고, 한국은행은 수입물가와 경제 기초체력, 원화의 실질 가치에 무게를 뒀다.
원·달러 환율은 해외자산의 원화 환산 가격에도 직접 반영된다. 비트코인(BTC)과 이더리움(ETH)처럼 달러로 호가되는 자산은 달러 가격이 같더라도 원화 가치가 오르면 국내 투자자의 원화 환산 가격이 낮아질 수 있다.
다만 이번 균형환율 논쟁은 가상자산의 달러 가격 방향을 예측하는 근거와는 구분해야 한다. 현재 확인된 쟁점은 1400원 초반대가 한국 경제와 외환 수급을 반영한 적정 수준인지에 관한 판단 차이다.
검증 출처: 연합인포맥스 원문, BIS 2025 외환시장 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