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일 인프라스트럭처(Keel Infrastructure·KEEL)가 미국 내 비트코인(BTC) 채굴 운영을 모두 종료하고 인공지능(AI)·고성능컴퓨팅(HPC) 데이터센터 개발에 나섰다. 회사가 제시한 북미 개발 파이프라인은 2.2GW 규모다.
케일은 10일 2026년 2분기 실적 발표에서 미국 채굴장 폐쇄 작업을 마치고 해당 부지를 HPC 시설 건설에 활용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본지는 앞서 케일의 2분기 영업손실과 미국 채굴 사업 종료를 보도했다.
회사의 전환 작업은 올해 4월 본격화됐다. 케일은 4월 1일 본점을 캐나다에서 미국으로 이전하고 비트팜스(Bitfarms)에서 현재 이름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현재 나스닥과 토론토증권거래소에서 KEEL 티커로 거래되고 있다.
HPC는 AI 학습·추론이나 과학 계산처럼 대규모 연산을 처리하는 고성능 전산 인프라다. 비트코인 채굴장과 마찬가지로 대규모 전력과 냉각 설비, 네트워크 연결이 필요해 기존 채굴 부지를 전환 대상으로 활용할 수 있다.
케일은 펜실베이니아와 워싱턴, 캐나다 퀘벡을 중심으로 2.2GW 규모의 개발 파이프라인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채굴 장비보다 전력 연결과 부지, 냉각·네트워크 설비를 핵심 자산으로 삼는 사업 구조다.
전환 과정의 비용은 2분기 실적에 반영됐다. 매출은 3043만 달러(약 43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50%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1억4077만4000달러(약 1989억원), 순손실은 6499만5000달러(약 918억원)였다.
회사는 매출 감소 배경으로 비트코인 평균 가격 하락과 미국 모지스레이크 채굴 운영 중단을 들었다. 기존 채굴 매출이 줄어든 가운데 AI·HPC 시설은 아직 개발 단계에 있어 전환 비용이 손익에 먼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재무 여력은 별도로 확보했다. 8월 7일 기준 총유동성은 8억1900만 달러(약 1조1572억원)로, 현금 6억9800만 달러(약 9863억원)와 비부담 비트코인 1억2100만 달러(약 1710억원)로 구성됐다.
케일은 4월 1일부터 8월 7일까지 비트코인 1085개를 팔아 7500만 달러(약 1060억원)를 확보했다. 같은 날 기준 남은 보유량은 1861개다. 미국 채굴 운영은 끝냈지만 비트코인 자산까지 모두 처분한 것은 아니다.
상장 채굴사의 AI·HPC 전환은 케일에 국한된 움직임이 아니다. 코인데스크는 상장 채굴사들이 전환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비트코인 보유분을 줄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S&P 글로벌도 채굴업체들이 순수 채굴 의존도를 낮추고 AI·HPC 용도로 사업을 다변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같은 전환의 핵심은 채굴기보다 전력 인프라에 있다. AI 데이터센터는 안정적인 대규모 전력 공급이 필요하지만 신규 전력 연결과 부지 확보에는 통상 인허가와 설비 구축이 뒤따른다. 이미 전력망에 연결된 채굴장은 이런 기반을 갖춘 자산으로 평가될 수 있다.
케일은 퀘벡에서도 전력 자산 재편을 추진하고 있다. 회사는 7월 15일 셔브룩시의 승인을 받아 기존 비트코인 채굴장 3곳에 배정된 96MW 전력을 하나의 데이터센터 캠퍼스로 통합하는 계획을 공개했다.
셔브룩 사업은 추가 전력을 요청하지 않고 기존 전력의 용도를 비트코인 채굴에서 HPC·AI로 바꾸는 방식이다. 전력 이전에는 퀘벡 경제혁신에너지부의 심사가 남아 있다.
사업 전환이 곧바로 상업화와 수익성 확보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케일은 1분기 10-Q 보고서에서 비트코인 채굴에서 디지털 인프라와 HPC로 전환하는 전략이 성공하지 못할 수 있다고 적시했다. 데이터센터 개발은 고객 확보와 전력비, 공급망, 인허가, 경쟁 환경의 영향을 받는 자본집약적 사업이다.
케일은 당분간 현금과 비트코인, 전력 자산을 함께 운용하면서 데이터센터 개발을 추진한다. 셔브룩 사업은 퀘벡 경제혁신에너지부의 전력 이전 심사를 거쳐야 하며, 미국 내 폐쇄 부지 역시 HPC 시설 건설 준비 단계에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