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이퍼스케일러의 인공지능(AI) 투자 회수 시점이 2028년 이후로 밀릴 수 있다는 신용평가 분석이 나왔다. 대규모 설비투자가 매출 증가보다 빠르게 늘면서 일부 기업은 내년까지 마이너스 영업현금흐름을 기록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은 19일 발표한 'AI와 하이퍼스케일러' 분석 보고서에서 알파벳(GOOGL), 아마존(AMZN), 마이크로소프트(MSFT), 메타(META), 오라클(ORCL), 스페이스X 등 6개사의 자본지출이 지난해 4700억 달러(약 663조6400억원)에서 올해 8700억 달러(약 1228조4400억원), 내년 1조3000억 달러(약 1835조6000억원)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하이퍼스케일러는 대규모 클라우드와 데이터센터 인프라를 운영하는 기업을 뜻한다. AI 서비스 확산으로 연산 수요가 커지면 서버, 반도체, 전력, 냉각 설비 투자가 함께 늘어나는 구조다.
S&P글로벌이 주목한 대목은 투자 규모만이 아니다. AI 수요가 설비투자를 밀어 올리고 있지만, 부채 발행 확대와 주식 공모, 합작투자 같은 비전통적 자금 조달 방식이 신용위험을 키울 수 있다고 봤다.
자본지출 증가율이 매출 증가율을 웃도는 상황에서 수익화가 늦어지면 신용등급 하락 압력이 생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투자 회수보다 차입 부담이 먼저 커지는 기업은 현금흐름과 레버리지 관리가 신용평가의 핵심 변수로 옮겨가게 된다.
공격적인 데이터센터 확충도 위험 요인으로 제시됐다. 향후 수요가 약해질 경우 과잉 설비와 재임대 위험이 나타날 수 있고,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인프라 투자에 합작투자 구조를 활용하면 자산 가치 변동에 따라 보증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토큰 가격, 전력 가격, 신규 자본지출 발표, 비전통적 자금 조달 계획, 오픈AI와 앤트로픽의 기업공개(IPO) 등을 신용위험 점검 지표로 제시했다. AI 산업의 수요가 데이터센터 임대, 전력 조달, 반도체 공급망, 비상장 AI 기업의 자금 조달과 함께 움직이기 때문이다.
회사별 평가는 엇갈렸다. 알파벳은 영업현금흐름과 현금 보유 능력으로 부채비율 급등 가능성은 제한적이지만, 자본지출 증가로 향후 몇 년간 가처분 현금흐름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수 있다고 분석됐다.
아마존은 공격적인 자본지출과 임대계약 부담으로 부채비율이 2025회계연도 0.4배에서 2026년 1.3배, 2027년 1.6배로 높아질 수 있다고 제시됐다. S&P글로벌은 아마존의 영업현금흐름이 2026~2028회계연도 마이너스를 보인 뒤 2029회계연도에 플러스로 돌아설 것으로 봤다.
메타는 2026회계연도 자본지출 1400억 달러(약 197조6800억원)가 예정돼 있어 2028년까지 가처분 현금흐름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AI 투자에 대한 출구 전략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도 지적됐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다른 하이퍼스케일러보다 임대 의존도가 높지만 잉여현금흐름은 긍정적인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분석됐다. 오라클은 대규모 자본지출에 따른 잉여현금흐름 악화로 신용등급이 'BBB-'로 내려갔고, 오픈AI 집중도와 장기 임대계약 부담이 위험 요인으로 제시됐다.
스페이스X는 2028년까지 4950억 달러(약 698조9400억원)의 자본지출이 예상되지만, 이 가운데 절반이 재량 지출이라는 점에서 조정 여지가 있다고 평가됐다. 낮은 부채비율과 필요 시 주식 발행 약속도 신용등급 부여 과정에서 반영됐다.
이번 분석은 AI 설비투자가 빅테크 현금흐름을 시험하는 국면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앞선 흐름과 맞닿아 있다. 본지는 앞서 기업별 투자액을 단순 합산할 때 포함 기업과 회계 기준을 구분해야 한다고 보도한 바 있다.
한국 투자자에게도 이 사안은 미국 기술주만의 문제가 아니다. AI 설비투자 자금이 회사채와 장기 차입으로 이동하면 장기금리, 기업 차입비용, 위험자산 선호가 함께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이번 보고서만으로 비트코인(BTC)과 테더(USDT) 등 가상자산 가격에 미칠 직접 영향을 단정할 근거는 부족하다. 현재 확인된 쟁점은 AI 투자 확대가 하이퍼스케일러의 현금흐름과 신용위험을 얼마나 압박하느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