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벨 테크놀로지(Marvell Technology·$MRVL)가 구글(Google)에 최대 122억 달러(약 17조원) 규모의 주식매입권을 부여했다. 다만 이는 즉시 현금이 들어오는 투자가 아니라 구글의 장기 구매 실적에 따라 단계적으로 열리는 권리다.
마벨은 7월 29일 구글과 상업 계약을 맺고 8월 18일 워런트를 발행했다. 구글은 마벨 보통주 최대 5897만907주를 주당 206.58달러(약 28만7000원)에 살 수 있다.
핵심은 귀속 조건이다. 첫 1년에는 136만867주가 분기별로 귀속된다. 나머지 5761만40주는 마벨 회계연도 2033년 말까지 240개 구간으로 나뉜다.
구글이 적격 맞춤형 제품을 5억 달러(약 6955억원)어치 구매할 때마다 한 구간이 풀린다. 전부 귀속되려면 약 1200억 달러(약 166조9200억원)의 적격 매출이 필요하다.
워런트는 정해진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다. 발행 즉시 지분 취득이 이뤄지는 보통의 현금 투자와 달리, 이번 구조에서는 제품 구매와 매출 조건 충족 여부가 실제 지분권 규모를 좌우한다.
협력 범위는 구글 텐서처리장치(TPU) 생태계와 연결된 맞춤형 반도체 프로그램이다. 대상에는 AI 추론 가속기, 스토리지 컨트롤러, 네트워크 인터페이스 컨트롤러, 메모리 인터페이스 컨트롤러, 니어메모리 컴퓨팅 제품이 포함된다.
TPU는 구글이 AI 연산 효율을 높이기 위해 개발해 온 전용 칩이다. 대형 AI 데이터센터에서는 연산 성능뿐 아니라 데이터 이동, 저장, 메모리 접근 속도가 병목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맞춤형 실리콘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마벨은 자체 제품 설명에서 AI·클라우드 데이터센터용 커스텀 ASIC, 고속 SerDes, 칩렛, HBM 컴퓨트 아키텍처, 메모리·스토리지 솔루션을 핵심 역량으로 제시해 왔다. 이번 계약 품목은 마벨이 강조해 온 데이터센터 반도체 포트폴리오와 맞물린다.
구글도 공식 자료에서 맞춤형 하드웨어와 TPU를 AI 시스템 효율의 주요 축으로 설명해 왔다. 이번 계약은 두 회사의 제품 전략이 AI 데이터센터의 연산·저장·네트워크 병목을 함께 겨냥하는 구조로 풀이된다.
시장 반응은 마벨과 브로드컴(Broadcom·$AVGO)으로 갈렸다. 마벨 주가는 발표 직후 8% 안팎에서 10%대 초반까지 올랐다는 보도가 나왔고, 브로드컴은 같은 날 4%대 하락으로 전해졌다. 알파벳(Alphabet·$GOOGL) 주가는 큰 변동이 없었다.
다만 이번 계약을 브로드컴 대체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브로드컴은 4월 구글 클라우드와 Cloud Network Insights 협업을 확대했다. 구글이 이미 여러 반도체·인프라 파트너와 협력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계약은 공급망 교체보다 공급선 확대에 가깝다는 해석도 나온다.
본지는 앞서 마벨과 구글의 AI 칩 협력 조건이 확인되지 않았던 초기 보도를 전했다.
이번에 새로 확인된 조건은 최대 지분권, 행사가격, 귀속 방식, 제품 범위다. 구글이 실제로 어느 정도 지분권을 확보할지는 향후 구매 실적과 2033년까지의 계약 이행에 달려 있다.
국내 투자자에게도 이번 계약은 미국 AI 인프라 투자가 단일 GPU 조달을 넘어 맞춤형 반도체, 메모리, 네트워크, 저장장치까지 넓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마벨과 구글의 계약은 122억 달러라는 권리 규모보다 1200억 달러의 장기 구매 조건이 더 큰 의미를 갖는 구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