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21일 경제·금융당국의 시장 상황 점검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27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앞두고 묵언 기간에 들어간 만큼 정부 주재 회의 참석이 통화정책 독립성 논란으로 번질 여지를 줄인 행보로 풀이된다.
연합인포맥스는 이날 신 총재가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F4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회의를 주재했고, 이억원 금융위원장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박종우 한국은행 부총재보가 참석했다.
재경부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은 수장이 직접 나왔지만 한국은행은 총재 대신 부총재보가 자리했다. 신 총재는 앞선 회의에는 참석한 바 있어 이번 불참은 금통위 직전이라는 시점과 맞물려 해석되고 있다.
신 총재는 불참 이유를 묻는 질문에 “취임식 일정도 있고, 묵언 기간이라 그렇다”며 “다른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금통위 전 관행과 내부 일정을 함께 고려했다는 설명이다.
금통위원은 통화정책방향 결정 회의를 앞두고 대외 발언을 자제하는 관행을 따른다. 기준금리 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발언이나 접촉을 줄여 시장의 오해를 막기 위한 장치다.
이번 금통위는 27일 열린다. 한은 총재를 포함한 금융통화위원들은 통상 회의 일주일 전부터 통화정책 관련 발언과 외부 접촉을 최소화한다.
쟁점은 기준금리다. 연합인포맥스가 국내외 금융기관 21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월 금통위에서 동결을 예상한 기관은 11곳, 인상을 예상한 기관은 10곳으로 집계됐다.
전망이 한쪽으로 기울지 않은 상황에서는 총재의 공개 행보도 시장에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정부가 주재하는 회의에 통화정책 수장이 참석하면 독립성에 영향을 받았다는 오해가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채권시장에서는 동결 근거로 최근 달러-원 환율과 주가 하락, 가파른 물가 상승 압력이 확인되지 않는 점이 거론된다. 인상 근거로는 상향 조정되는 경제성장률, 유상대 전 한은 부총재의 선제적 통화정책 발언, 내수 개선 등이 제시된다.
본지는 앞서 유상대 전 부총재가 5월 금통위에서 인상 소수의견을 냈다고 전한 바 있다. 유 전 부총재의 발언은 8월 금통위를 앞둔 시장의 금리 경로 논의와 맞물려 다시 거론되고 있다.
한 채권시장 참가자는 “금리 인상 방향에 동의하더라도 백투백 인상이 필요할 정도인지에 대해서는 정부와 한은 간 이견이 있을 수 있다”며 “신 총재가 불필요한 논란을 피하는 차원에서 불참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불참을 정책 신호로 단정하기보다 시장이 독립성 문제와 금리 경로를 함께 보고 있음을 보여준다.
F4 회의는 경제·금융당국 수장이 시장 상황을 점검하는 자리다. 정부는 최근 주식·채권·외환시장뿐 아니라 부동산 시장까지 함께 보는 통합 리스크 관리 체계를 강조했고, 본지도 신 총재가 참석한 확대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관련 논의가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금통위 전 묵언 기간은 중앙은행의 정책 판단이 사전에 시장 신호로 읽히는 것을 줄이기 위한 관행이다. 특히 금리 전망이 팽팽하게 갈릴 때는 총재의 회의 참석 여부, 발언 수위, 동석 인사까지 시장 해석의 대상이 된다.
다만 신 총재는 불참 이유에 대해 “다른 이유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번 F4 회의 불참이 곧바로 금리 인상 또는 동결 신호를 뜻한다고 볼 근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27일 금통위에서는 기준금리 결정과 함께 회의 직후 신 총재의 설명이 시장의 판단 근거가 된다. 시장은 동결 11곳, 인상 10곳으로 갈린 전망 속에서 금통위 결정과 총재 발언을 확인하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