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데이터센터 투자가 전력망 접속 문제에 막히기 시작했다.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부지 확보를 넘어 전기·용수·인허가가 AI 인프라 투자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는 분석이다.
하나증권은 최근 보고서에서 미국 데이터센터 투자에 제동장치가 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력 인프라 비용을 누가 부담하느냐를 넘어, 비용을 내더라도 필요한 전력을 제때 확보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는 내용이다.
대표 사례는 텍사스다. 텍사스주는 신규 데이터센터의 전력망 연결 심사를 일시적으로 늦추고 프로젝트별 추가 검증을 진행하고 있다.
기존 심사가 전력망 안정성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에는 프로젝트 자체의 적정성까지 들여다보는 방식이다. 검증 대상에는 소유·지배구조, 공공 인센티브, 예상 전력·용수 사용량, 자체 조달 여부, 지역사회 영향 등이 포함됐다.
미국 전력 전문 매체 유틸리티다이브(Utility Dive)는 블룸버그NEF(BloombergNEF) 분석을 토대로 텍사스 조치가 미국 전체 데이터센터 개발 파이프라인의 약 20%에 지연 위험을 만들 수 있다고 전했다. 영향권에 든 프로젝트 규모는 49.8기가와트(GW)로 제시됐다.
전력 공급 지연은 곧 매출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 2027년 1분기까지 전력 공급이 늦어질 경우 데이터센터 임대 매출 약 80억 달러(약 11조592억원)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함께 나왔다.
텍사스 전력망 운영기관 ERCOT의 대규모 전력 연결 대기 규모는 약 474GW로 집계됐다. 이는 텍사스 최대 피크 수요 약 91GW의 5배를 넘는 수준이다.
대기 물량 가운데 약 90%는 데이터센터 관련 신청으로 파악됐다. 다만 신청 물량이 모두 실제 건설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며, 초기 단계 또는 투기성 프로젝트가 섞여 있다는 점도 함께 거론됐다.
전력망 접속은 데이터센터 개발에서 건물 착공과 별개의 절차다. 부지 확보와 고객 계약, 자금 조달, 서버 투자가 이뤄져도 전력망 연결이 확정되지 않으면 실제 가동 시점은 뒤로 밀릴 수 있다.
규제는 텍사스에만 머물지 않는다. 뉴욕주는 지난 7월 신규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에 대해 주 차원의 1년 유예 조치를 도입했다.
뉴욕 주정부는 전력망, 요금 부담, 환경, 용수 영향을 따져보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펜실베이니아주는 18일 데이터센터를 신속허가 프로그램에서 제외하고 전력 비용 부담, 지역 승인, 물 사용 기준을 강화하는 행정명령을 냈다.
이영주 하나증권 연구원은 "불확실성이 반복되면 대주단과 투자자는 전력 공급과 가동 시점에 대해 더 보수적인 조건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며 "프로젝트 자금조달 자체가 다시 제약 요인으로 돌아올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전력 접속 문제가 단순 인허가 지연을 넘어 금융 조건에도 반영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흐름은 크립토 시장에도 간접 변수로 연결된다. AI 연산 수요는 데이터센터, 전력, 냉각, 반도체 공급망과 맞물려 있고 일부 비트코인(BTC) 채굴·컴퓨팅 인프라 기업은 AI 연산 수요를 새 사업 축으로 제시해 왔다.
본지도 앞서 비트코인 채굴 시설의 전력·데이터센터 자원을 AI 연산에 활용할 수 있다는 투자 논리를 다룬 바 있다.
다만 이번 사안이 BTC나 이더리움(ETH) 가격에 직접 영향을 줬다는 근거는 제시되지 않았다. 전력망 연결 지연이 실제 매출, 자금조달, 설비 가동률에 어느 정도 반영될지는 프로젝트별 승인 상태와 전력 조달 구조에 따라 달라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