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BTC)이 9월 21일 8만6000달러를 기록하며 직전 일요일 종가보다 10% 넘게 올랐다. 현물 매수와 숏 포지션 청산이 상승을 이끌었지만 선물 레버리지와 단기자금시장 취약성도 함께 커졌다.
미 연방준비제도(Fed) 연구진은 9월 공개한 금융취약성지수(FVI) 연구에서 금융 시스템에 쌓인 구조적 취약성을 측정하는 새 지표를 제시했다. FVI는 현재의 신용시장 경색보다 레버리지와 위험 선호가 누적된 뒤 향후 충격을 얼마나 증폭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FVI가 높을수록 같은 경기 충격이 소비와 투자에 더 큰 하락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분석이다. 기존 금융여건지수가 금융 스트레스가 발생할 때 크게 움직이는 것과 달리 FVI는 시장이 평온한 시기에도 상승할 수 있다.
비트코인 시장에서는 현물 수요와 파생상품 포지션이 동시에 움직였다. Glassnode는 9월 21일 비트코인이 8만6000달러를 기록했고, 거래소의 공격적 매수 흐름이 순매수로 전환됐다고 밝혔다. 상승 구간에서는 숏 포지션 청산도 발생했다.
상승과 함께 레버리지도 확대됐다. Glassnode는 선물 미결제약정과 롱 포지션이 지급하는 펀딩 비용이 각각 자체 고위험 구간을 웃돌았다고 분석했다. 옵션 미결제약정은 약 410억달러(약 56조4160억원)로 높은 수준이었지만, 옵션시장이 예상한 변동성은 실제 가격 움직임보다 낮았다.
레버리지란 자기자본보다 많은 금액을 빌려 거래 규모를 키우는 방식이다. 가격이 예상과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면 수익과 손실이 모두 확대되고,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면 증거금 부족에 따른 강제 청산이 매도 압력을 키울 수 있다.
가격이 오르는 동안 시장 참가자들이 위험을 줄이기보다 추가 포지션을 쌓았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비트코인 반등 당시에도 자금조달금리만으로 상승세 지속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는 점에서 펀딩 비용과 미결제약정을 함께 살펴야 한다.
Fed의 국채시장 연구는 이런 자금조달 위험이 가상자산 시장에만 국한되지 않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Fed 연구진은 2025년 9월 기준 대형 헤지펀드의 미국 국채 총 익스포저를 4조달러(약 5504조원), 환매조건부채권(repo) 차입을 3조달러(약 4128조원)로 추산했다.
같은 연구에서 현금·선물 베이시스 거래는 약 8300억달러(약 1142조원), 스왑 스프레드 차익거래는 약 3050억달러(약 420조원)로 추정됐다. Fed는 두 거래가 헤지펀드의 국채 롱 포지션 2조4000억달러(약 3302조4000억원) 가운데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고 밝혔다.
이 수치는 개별 거래를 직접 관측한 결과가 아니라 SEC Form PF와 시장자료를 바탕으로 산출한 추정치다. 따라서 국채시장 전체의 실제 포지션을 그대로 뜻하는 값으로 해석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repo 시장은 국채 현물과 선물, 금리 파생상품을 연결하는 단기자금 조달 수단이다. 낮은 담보할인율과 단기 차입은 레버리지를 키울 수 있고, 충격이 발생하면 자금조달·현물·파생상품 시장 사이에서 스트레스가 빠르게 전파될 수 있다.
이 연결고리가 곧바로 비트코인 급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담보가치 하락과 증거금 인상, 유동자산 매도가 발생하면 이후 비트코인 현물 수요와 레버리지 포지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이 모든 단계가 실제로 이어졌다는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시장 신호도 엇갈렸다. 현물과 무기한 선물 매수세는 개선됐지만, Glassnode는 비트코인 ETF 주간 순유입이 약 3억달러(약 4128억원) 적자라고 밝혔다. 현물 매수세가 상승을 뒷받침하는 가운데 ETF 흐름은 반대 방향을 가리켰다.
FVI는 비트코인 가격을 예측하는 지표가 아니다. Fed 연구 역시 특정 자산의 가격 전망이 아니라 금융 시스템의 구조적 취약성과 충격 전파 경로를 분석한 자료이며, Fed 이사회나 전체 구성원의 공식 견해를 뜻하지 않는다.
이번 상승을 평가할 때는 현물 매수와 숏 청산뿐 아니라 선물 미결제약정, 펀딩 비용, 옵션 미결제약정, ETF 흐름을 함께 확인해야 한다. Fed 연구가 제시한 FVI 역시 가격 방향보다 레버리지와 위험 거래가 쌓인 금융 환경을 점검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이도현 기자
댓글0
첫 댓글을 남겨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