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스타트업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며 연 매출 1천억 원을 돌파한 ‘벤처천억기업’이 1천 곳에 가까워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기업의 매출 규모는 국내 주요 대기업에 버금갈 정도로 성장해, 벤처기업의 경제적 위상을 다시 주목하게 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11월 27일, ㈔벤처기업협회와 함께 ‘2025 벤처천억기업 기념식’을 열고 2024년 기준 벤처천억기업 수가 985개사에 이르렀다고 발표했다. 이는 전년보다 8.5% 늘어난 수치로, 정부는 조만간 ‘1천개 시대’에 진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벤처천억기업은 ‘벤처확인제도’를 통해 벤처기업으로 인증받은 이력이 있고, 이후 연간 매출이 1천억 원을 넘은 기업을 말한다.

해당 기업들이 성장한 속도를 보면, 2020년 633개에서 2021년 739개, 2022년 869개, 2023년 908개로 꾸준히 증가해왔다. 단순한 양적 성장만이 아니라 질적인 면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네이버, 카카오, 넥슨, 두나무, 크래프톤 등 이미 연 매출 1조 원을 넘긴 기업도 28곳에 달한다. 이처럼 일부 기업은 글로벌 기술 기업 수준으로 도약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고용 측면에서도 이들 기업의 영향력은 상당하다. 벤처천억기업이 직접 고용하고 있는 직원 수는 35만 6천 명으로, 삼성(28만 5천 명), 현대차(20만 4천 명), LG(14만 9천 명), SK(10만 8천 명)보다 많다. 이는 벤처기업이 단순 기술 중심을 넘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사회적 기능도 확대해 왔음을 보여준다.

연 매출 측면에서는 삼성(332조 원), 현대차(280조 원)에 이어 벤처천억기업의 총매출이 258조 원으로 양대 재벌 다음가는 수준이다. 이는 SK(206조 원), LG(140조 원) 등 전통 대기업보다도 높은 수치로, 중소기업 성장 정책의 성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났다는 분석이 따른다.

정부는 이날 행사에서 ‘천억기업 얼라이언스’라는 퍼포먼스를 통해 스케일업 기업에 대한 맞춤형 지원을 약속했다. 한성숙 중기부 장관은 “위기 속에서도 천억 매출을 이뤄낸 혁신의 힘이 대한민국 경제의 방향을 바꾸고 있다”며 글로벌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정책적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흐름은 벤처 생태계가 단순 창업 단계를 넘어 지속 가능한 성장 모델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체계적 지원과 민간 기업의 기술 혁신이 맞물린다면 향후 K-벤처의 경쟁력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더욱 강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