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무부가 개인소비지출, 즉 PCE 가격지수의 일부 산출 방식을 손질하기로 하면서 미국의 대표 물가 지표가 기존보다 다소 낮게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이 19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미 상무부 산하 경제분석국은 자산관리 서비스, 소프트웨어, 법률 서비스 등 세부 항목 3개의 측정 방식을 바꾸고 있다.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 같은 통화정책을 정할 때 특히 중요하게 보는 지표가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PCE 가격지수인 만큼, 이번 조정은 단순한 통계 개편을 넘어 금융시장과 정책 판단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변화로 받아들여진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개편된 방식이 오는 9월 30일 발표되는 8월 지표부터 적용되면, PCE 가격지수 상승률이 기존 방식보다 0.2%포인트 낮아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가격이 실제로 오른 것인지, 아니면 서비스 규모나 시장 여건이 변한 것을 물가 상승으로 잘못 반영하고 있는지를 다시 따져보겠다는 데 있다. 소프트웨어 항목은 노동부 산하 노동통계국의 비디오 게임 소프트웨어와 웹 호스팅 가격 데이터를 추가해 계산하기로 했다. 투자은행 유비에스의 앨런 데트마이스터는 이 수정만으로도 PCE 가격지수 상승률이 약 0.1%포인트 낮아질 수 있다고 봤다. 자산관리 서비스는 더 큰 변화가 예상된다. 지금까지는 개인이 실제로 낸 자산관리 수수료 총액을 중심으로 집계했지만, 앞으로는 자산관리 회사의 수익과 업무량을 함께 비교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이는 주가가 오를 때 수수료 총액이 함께 늘어나더라도, 그것이 반드시 서비스 가격 인상을 뜻하는 것은 아니라는 문제의식을 반영한 것이다.
쉽게 말해 투자자가 자산의 일정 비율을 수수료로 내는 구조에서는, 같은 서비스라도 주식시장 상승으로 자산 가치가 커지면 수수료 총액이 늘어난다. 그러나 이런 증가분을 그대로 물가 상승으로 보면 실제보다 물가를 높게 잡을 수 있다. 스티븐 미란 연준 이사는 지난해 연설에서 이런 현상을 두고, 동일한 서비스의 단가가 오른 것이 아니라 관리 대상 자산 규모가 커지면서 제공되는 서비스량이 증가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데트마이스터는 자산관리 서비스 측정 방식 변경 역시 PCE 가격지수 상승률을 약 0.2%포인트 낮추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법률 서비스는 반대 방향의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그동안에는 노동통계국의 소비자물가지수, 즉 CPI 자료를 활용했지만, 노동통계국이 데이터 수집 문제로 해당 수치를 더는 공개하지 않게 되면서 앞으로는 생산자물가지수, 즉 PPI로 대체할 예정이다. 이 경우 법률 서비스 항목은 PCE 가격지수를 끌어올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 다만 시장에서는 자산관리 서비스와 소프트웨어 부문에서 나타나는 하락 효과가 법률 서비스의 상승 효과를 상당 부분 상쇄해, 최종적으로는 전체 PCE 상승률을 낮추는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경제분석국은 이번 조치가 특정 정책 목적을 위한 것이 아니라 통계의 정확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일상적 조정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번 개편은 앞으로 발표될 수치뿐 아니라 지난 5년간 데이터에도 소급 적용된다. 다만 일각에서는 왜 하필 이 항목들을 이번에 손질하는지에 대한 문제 제기도 나온다. 그럼에도 물가 지표가 연준의 금리 결정과 시장 기대 형성에 직접 연결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 미국의 물가 판단과 금리 경로 전망을 조금 더 완만한 방향으로 바꾸는 재료가 될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