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금값이 2026년 2분기에 13년 만의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던 금 시장의 흐름이 뚜렷하게 꺾였다. 중동 전쟁 여파로 물가 상승 우려가 커진 데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 중앙은행이 당분간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겹치면서 금과 은 가격이 함께 압박을 받는 모습이다.
30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금 현물 가격은 미국 동부시간 오후 1시 40분 기준 전장보다 0.3% 오른 온스당 4천27.03달러에 거래됐다. 다만 이날 장중 한때는 온스당 3천943달러까지 밀리며 2025년 1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8월 인도분 금 선물 종가는 온스당 4천38.50달러로, 전장보다 40센트 내리며 사실상 보합권에 머물렀다.
분기 전체로 보면 하락 폭은 더 두드러진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금 선물 근월물 가격이 2분기 동안 13.4% 떨어져 2013년 2분기 이후 가장 큰 분기 하락 폭을 기록했다고 전했다. 은 선물 가격도 같은 기간 20.4% 내려 2020년 1월 이후 최대 분기 낙폭을 나타냈다. 이는 귀금속 전반에 대한 투자 심리가 단기적으로 크게 위축됐다는 뜻으로 읽힌다.
배경에는 금리와 물가에 대한 시장의 판단이 있다. 금은 주식의 배당금이나 채권의 이자처럼 보유에 따른 현금 수익을 주지 않는 자산이다. 그래서 미국의 실질금리(물가 상승분을 반영한 실제 금리 수준)가 오르면 상대적으로 금의 매력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최근에는 이란 전쟁 등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미 연방준비제도와 주요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쉽게 내리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금융중개업체 마렉스의 에드워드 메이어 분석가는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연방준비제도의 2% 목표를 여전히 웃돌고 있어, 시장이 높은 금리의 장기화는 물론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금값 하락은 단순한 상품 가격 조정을 넘어, 시장이 앞으로의 통화정책을 얼마나 매파적으로 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미국 물가 지표와 연방준비제도의 정책 방향, 중동 정세 변화에 따라 추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도 있고, 반대로 안전자산 수요가 다시 살아나며 반등 계기가 마련될 가능성도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