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경영연구소가 2026년 한국 국내총생산 성장률 전망치를 2.0%에서 3.0%로 높여 잡았다. 중동전쟁에 따른 국제 유가 불안이라는 악재가 있었지만, 반도체 경기 호조에 힘입은 수출과 투자 확대, 추가경정예산 집행 효과가 이를 상당 부분 상쇄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30일 발표한 ‘7월 경제 브리프’에서 상반기 성장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 하반기는 2.6%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연간 성장률 전망을 한 번에 1.0%포인트 올린 배경에는 한국 경제의 주력 산업인 반도체 회복세가 있다. 경기 전반이 고르게 살아났다기보다, 수출과 설비투자를 중심으로 성장 동력이 예상보다 강해졌다는 해석에 가깝다.
특히 수출 전망이 크게 개선됐다. 연구소는 올해 수출 증가율이 8.3%로 지난해 4.3%의 두 배 가까운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통관수출은 금액 기준으로 32.3% 늘어날 것으로 봤는데, 이는 반도체 물량 증가뿐 아니라 단가 상승 영향이 크게 반영된 수치다. 최근 반도체 시장은 개인용 컴퓨터나 스마트폰 같은 소비자 기기 수요보다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등 기업용 인프라 수요가 중심이 되고 있다. 이 때문에 과거보다 상승 국면이 더 길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함께 나왔다.
내수 가운데서는 민간소비와 설비투자 전망도 상향 조정됐다. 연구소는 반도체 기업의 영업이익이 빠르게 늘고, 주식시장 강세에 따른 자산 효과가 소비 심리를 뒷받침하면서 올해 민간소비가 2.3%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지난 3월 전망치 1.8%보다 0.5%포인트 높은 수치다. 설비투자 역시 반도체·인공지능·데이터센터 등 첨단 산업 중심의 투자 확대에 힘입어 5.5%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3월 전망치 2.6%와 비교하면 두 배를 넘는 수준이다. 다만 건설투자는 민간 주택 투자 지연의 영향으로 0.8%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돼, 산업 전반의 회복이 완전히 균등한 것은 아니라는 점도 드러났다.
물가의 경우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6%로 제시됐다. 연구소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의 지속 가능성에도 주목했다. 현재의 인공지능 중심 반도체 수요는 과거와 규모와 강도가 다르고, 고대역폭 메모리(HBM·고성능 인공지능 반도체에 쓰이는 핵심 메모리)는 공정이 복잡해 신규 경쟁업체가 쉽게 진입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이런 공급 제약은 향후 수년간 반도체 가격 강세와 공급 부족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이 같은 흐름은 앞으로도 한국 경제가 반도체 업황에 따라 높은 성장세를 이어갈 수도 있지만, 동시에 특정 산업 의존도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경기 체력의 균형 여부를 함께 점검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