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의 이자벨 슈나벨 집행이사는 미국과 이란의 종전 양해각서 체결로 국제 유가가 다소 진정됐지만, 물가 불안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라며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슈나벨 이사는 25일 독일 매체 차이트와의 인터뷰에서 에너지 가격이 최근 하락했어도 여전히 전쟁 이전보다 높은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겉으로는 상황이 예상보다 빨리 안정되는 듯 보이지만, 휴전 자체가 통화정책의 경계를 늦출 근거가 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중앙은행 입장에서는 당장의 유가 움직임보다 그것이 향후 물가 전반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가 특히 주목한 부분은 에너지와 물류 비용의 후속 충격이다. 슈나벨 이사는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과 세계 공급망이 정상화되기까지 몇 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봤다. 여기에 전쟁 기간 올라간 보험료와 운송비가 쉽게 되돌아가지 않으면 기업의 비용 부담이 구조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고 짚었다. 원유와 가스 비축량을 다시 채워야 하는 점도 추가 수요를 만들어 에너지 가격을 다시 밀어 올릴 수 있는 요인으로 거론했다.
종전 양해각서 이후 유가가 떨어지고 수요가 살아나면, 기업들이 그동안 떠안았던 비용을 소비자 가격에 반영하기 더 쉬워질 수 있다는 점도 슈나벨 이사가 경계하는 대목이다. 이는 일시적인 에너지 가격 상승이 다른 상품과 서비스 가격으로 번지는 이른바 2차 효과를 뜻한다. 슈나벨 이사는 유럽중앙은행이 지난 11일 주요국 중앙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정책금리를 올린 것도 이런 파급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이란이 그로부터 사흘 뒤 종전 양해각서에 서명하면서 국제 유가가 급락했지만, 그는 당시 금리 인상이 성급했다는 비판에 대해 중기 물가상승률이 목표치인 2%를 웃도는 상황을 막기 위해 필요했다고 반박했다.
슈나벨 이사는 유럽중앙은행 내부에서 대표적인 매파로 분류된다. 매파는 물가 안정을 위해 금리를 높게 유지하거나 더 올리는 데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인사를 말한다. 다만 그는 경제성장 역시 정책 판단의 고려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유럽중앙은행은 전쟁 종료 기대만으로 긴축 기조를 서둘러 되돌리기보다는, 에너지 시장과 공급망 회복 속도, 소비자물가의 2차 확산 여부를 더 지켜보며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 이 같은 흐름은 향후 유럽의 금리 경로가 단순한 유가 하락보다 중기 물가 압력에 더 크게 좌우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